정신질환자는 무조건 심신장애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질환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만 심신장애가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심신장애가 인정되면 형이 감면된다.
A씨는 무생물인 옷이나 신발류의 조각을 성적 각성과 희열의 자극제로 믿고 이를 성적 흥분을 고취시키는 데 쓰는 '성주물성애증'이라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신질환은 A씨가 29세 되는 시점에 발현됐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자주 폭행하고 전학을 3회나 해 친구가 없고 가정이나 학교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지냈던 A씨는 계속 여성의 옷을 훔치거나 구입해 자위행위의 도구로 사용했다. A씨는 사용했던 여성의 속옷이나 옷을 훔친 다음 이를 처분하지 않고 보관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집에 침입하기도 했다.
그러던 A씨는 빌라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베란다를 통해 빌라에 침입해 여성 속옷 등을 훔치다가 집주인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체포됐다. 절도죄로 기소된 A씨가 심신 장애로 형을 감면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법원은 '성주물성애증'이라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A씨가 심신장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단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범행 당시 정신 상태가 심각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심신장애 인정을 하지 않았다. (2012도12689 판결)
심신장애는 정신병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 심신장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장애 때문에 사물 변별능력이나 행위 통제 능력이 줄어들었어야 한다. 만약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더라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무생물인 옷 등을 성적 각성과 희열의 자극제로 믿고 성적 흥분을 고취시키는 데 쓰는 성주물성애증이라는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하여 정신병이 있는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거나 다른 심신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 심신장애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심신장애의 인정 여부는 △성주물성애증의 정도 및 내용 △범행의 동기 및 원인 △범행의 경위·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범행 및 그 전후의 상황에 관한 기억의 유무 및 정도 △수사 및 공판절차에서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 판례 팁 =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심신장애로 인정해 형을 감면하는 것은 아니다.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당시 심리 상태를 판단해 심신장애 인정여부를 따로 결정해야 한다.
◇ 관련 조항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