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내변호사 특수성 고려한 법제마련 필요"

[the L][인물포커스]임지웅 한국법조인협회 사내변호사위원회 위원장

임지웅 변호사


"회사원·변호사 지위 동시에 갖는 사내변호사의 특수성을 고려한 법제 마련이 필요합니다"

 

한국법조인협회 사내변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지웅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점점 증가하는 사내 변호사들의 권익을 위한 법제 마련을 강조했다. 한법협 내 사내변위는 10여명의 위원과 1명의 위원장으로 구성된 소속 위원회로, 위원장인 임 변호사 역시 뷰티 관련 스타트업에서 근무 중인 사내 변호사다.

 

현재까지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사내변호사들의 숫자만도 이미 3000명을 넘어섰을 만큼, 이제 사내변호사들은 전체 변호사사회의 주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사내변호사들의 변협 선거 투표권의 실질적 보장 필요해

 

다변화된 시대를 맞아 변호사들 역시 다양한 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변협이나 지방변호사회는 전통적인 변호사 즉, 재판에 나가 ‘송무’를 주로 담당하는 로펌이나 개인 법률사무소의 개업 변호사들 위주로 운영이 되어온 터라 사내변호사들의 활동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회사 안에서 사내변호사는 변호사이기 이전에 그 회사 구성원 중 한 명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무엇보다 회사 규율을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사내변호사들의 대외활동을 위해 특별규정 등을 마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변호사 단체의 대표를 선거하는 경우에 투표를 위한 특별한 휴가를 부여하거나 하는 경우는 더더욱 찾아보기가 힘들다.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사내변위는 변협에 내년 초에 치러질 변협 협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뽑는 선거의 투표 시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해 변호사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현행 투표 시간이 회사에 근무하는 사내변호사들이 투표할 수 없는 업무 중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돼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임 변호사는 "사내변호사들로서는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휴가를 신청하는 방법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정당하게 투표에 참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회사원들이 선거일에 맞추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현실적으로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변호사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내변위가 제안한 차선책은 "회사 업무시간이 종료된 이후에라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투표시간을 연장해달라"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변협 등의 선거일에는 사내변호사들에게 '공가(公暇)'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제 마련도 필요하다고 봤다. 변협은 변호사의 가입이 강제되는 법정 단체인 만큼, 그에 따른 권리 행사와 의무 부담에 필요한 환경을 변호사들에게 마련해 줄 필요가 있고, 특히 회사의 규율까지 중첩적으로 적용받는 사내변호사들에게는 그 활동에 필요한 사항들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변호사들은 변협에 개업신고를 해야만 송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내변호사들 중에는 회사에서 송무는 다루지 않고, 자문 등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변협에 개업신고를 하고, 매달 5만원의 회비를 지출하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때문에 사내변호사들 중의 다수는 변협에 휴업 신고를 한 '휴업' 변호사다. 이들은 협회 선거 등에 선거권이 제한된다.

 

임 변호사는 휴업 변호사들의 선거권 보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휴업 중인 변호사들도 실질적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휴업 상태라는 이유로 선거권이 일률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했던 공직선거법 규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던 선례처럼 휴업변호사들의 변협 등 선거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변호사는 다양한 사회적 욕구와 제도사이 간극 메울 존재

 

변호사의 직역 다양화 현상을 단순히 법률 시장의 포화나 다양한 전공 출신 변호사의 배출로 인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임 변호사는 업계 내부에서 보다는 사회 전반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그는 변호사들이 단순한 송무 변호사를 넘어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단순 제조업 기반에서 고도의 지식정보화 사회로, 획일적 문화의 시대에서 다양성이 존중되는 시대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임 변호사는 "비단 생리적 욕구만이 아니라 지적 욕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원의 인간 욕구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사회는 이러한 욕구를 뒷받침 할 제도와 틀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제도와 틀로 모든 것을 메울 수는 없고, 그야말로 얼개만을 그리는 것이고 그 사이에 많은 공극들을 메울 존재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전문가들인 변호사"고 말했다.

 

앞으로는 더 많은 변호사들이 더 다양한 직역에 진출할 것을 기대한다는 임 변호사는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변호사들 역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풀이했다.

 

◇ 회사원-변호사, 충돌하는 지위…"얼마나 잘 조화시키느냐가 중요"

 

사내변호사로서 임 변호사 역시 회사 내에서 본인의 역할이 송무 변호사들과는 다른 특수한 지위에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회사 일원인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변호사다 보니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에의 종속성'과 '변호사의 독립성'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2조는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돼 있지만, 회사에 근무하면 이런 독립성을 지킬 수 없는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며 "종속성과 독립성이라는 두 가치를 얼마나 잘 조화시킬 수 있느냐가 사내변호사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결국 업무는 조직이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발생하고, 사람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는 그는 사내변호사로의 진출을 꿈꾸는 후배 변호사들이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중요성을 깊이 새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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