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4월12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불광시장 삼거리에서 열린 박주민(은평갑), 강병원(은평을) 후보 지원 유세 현장/사진=뉴스1

"화장실 출입도 막아섰던 국회, 당선되고 나니 대우 달라졌죠"

지난 4‧13 총선에서 서울 은평 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박주민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당선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으로 국회에 머무를 때와는 다른 대우를 실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월호 정국에서 뿐 아니라 국회 토론회 단골 토론자로 참석할 때에도 평소 소탈한 복장과 외모로 국회 정문에서 자주 검문(?)을 당했던 그다. 당선자 신분으로 국회 출입시엔 전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의 변호사'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만큼 꽤 유명한 인권 변호사인 그는 더불어 민주당 서울 은평 갑 전략 공천으로 후보가 돼 득표율 54.9%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선거 자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선거를 무사히 잘 치를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이미경 의원을 비롯해 지역 더민주 당원들과 많은 자원봉사자들 덕에 좋은 결과를 거뒀다"면서 감사를 표했다. 특히 후보 단일화에 동의해준 국민의당 김신호 후보를 언급하며, 당선의 영광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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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가 된 계기…“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 주고 싶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계속 학생운동을 해왔고 철거촌이나 공장에도 많이 다녔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시 그런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법조인이 된 계기를 털어 놓았다.

대학교 4학년이던 당시 신도림역 부근 작은 철거촌을 돕다가 주민들이 구청장과 약속을 잡고 만나러 가는 곳에 동행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주차장에서 눈을 맞으며 구청장을 기다렸지만 주민들과 만나겠다고 약속했던 구청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그때 ‘내가 변호사였다면 이들이 구청장을 만나는 것 정도는 성사시킬 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학생운동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뒤 고시공부를 시작했고, 변호사가 되었다.

◇ ‘거리의 변호사’는 지향했던 역할에 잘 맞는 닉네임

공익과 인권을 위한 활동의 대표적인 3가지는 △소송 대리 △법률안을 만드는 입법 참여 △현장에서의 법률지원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그는 이 3가지가 긴밀하게 엮여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가지 중 내 활동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무래도 현장에서 법률지원을 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내가 항상 거리에 있다는 것을 표현하면서 ‘거리의 변호사’라는 닉네임으로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사는 것이었기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있는 현장에 내가 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닉네임으로 불리게 된 것이 기분은 좋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 진상 규명 위해 계속 노력할 것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유족의 대리인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아직 법보다는 상관의 명령을 우선하는 구조이다 보니 내가 변호사이긴 하지만 유족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많았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 진상 규명 작업의 주체는 특별법에 따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활동들의 기반을 만들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국회의원으로서도 세월호 사건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 20대 국회에서의 목표는 지역구 발전·공익사건 진전‧제도 보완

20대 국회에서 주력하고자 하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내가 해야 될 역할에 대해서는 3가지 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첫 번째로 은평 갑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은평 갑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구이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편에 속하는 은평구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지금까지 변호사로서 맡아온 공익 사건의 진전 도모였다. 세월호 사건을 포함해 백남기씨 사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해고자 문제 등을 조력해 온 그는, 현재까지 진행 중인 해당 사건들에의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끝으로 10년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해오며 겪었던 우리나라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보완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의 목표를 크게 3가지로 정리한 그는 앞으로 이 틀을 기초로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 상임위는 ‘법사위’ 또는 ‘안행위’ 고려 중

20대 국회에서 어떤 상임위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는 “내가 국회에서 하고 싶은 모든 역할을 다 다룰 수 있는 상임위는 없다”며 “그나마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가장 가까울 수도 있지만, 법사위 역시 사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는 법사위나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를 많이 추천한다고 한다. 이에 “일단은 법사위와 안행위 중에 한 곳을 고민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 세월호 변호사일 땐 제지 당했던 국회 출입, 이제는 자유로워져

박 변호사는 세월호 사건 당시 국회 처마 밑에서 유가족들과 약 4개월 간 농성을 했다. 당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국회 건물 출입 자체를 제지당해 화장실조차 편하게 가지 못했었다고 회고했다.

“이제는 국회 출입이 수월하냐”는 질문에 그는 씁쓸한 말투로 “오늘은 국회를 갔더니 출입증을 안 끊고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더라, 그런 모습에 아무래도 좋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건물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졌고,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업무를 보는 장소인데, 업무를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 좀 이용하겠다고 하는 것까지 막았었던 사람들이 이제 내가 국회의원이 됐다고 바로 자유롭게 출입하게 해주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며 달라진 국회 직원들의 대우에 기쁘기 보단 씁쓸했던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 보좌 인력은 정책적 능력치 극대화에 중점 둘 것

변호사 생활을 하며 소탈한 행보로 잘 알려진 그에게 국회의원 입장에서 수행 비서를 두고 차량 이용을 하게 된 소감을 물었다. "보좌진은 최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할 생각이며, 품위유지를 위한 인력 구성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답했다.

일을 하는 데에 부족한 인원이 있다면 자비를 털어서라도 추가로 고용을 할 계획이라는 그는 “간혹 변호사 때는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는데 국회의원이 됐다고 갑자기 차를 가지고 다닐거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을 하려고 국회로 입성한 것이다”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동성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단순히 국회의원으로서의 권위나 품위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더 잘,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임을 강조했다.

[Who is] 박주민 당선자는 1973년 출생으로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2006년부터 변호사로 일하며 참여연대, 민변 등에서 활동했다. 이번 4‧13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 은평 갑 지역에 전략 공천되어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