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에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법조인도 그만큼 많아졌다. 그 중 흔히 돈 안 되는 변호사라 불리는 공익 변호사들도 많아졌고, 이는 법조시장의 포화 속에서도 변호사 증가의 순기능으로 손꼽히는 부분이다.

이주민 지원센터 '친구'라는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상근 변호사로 활동 중인 조영관 변호사도 이런 변호사 중 하나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3기인 그는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올해로 3년차 변호사다. 2년 반 정도 법무법인 덕수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며 센터 활동을 해오다, 올해 4월부터는 아예 센터 상근 변호사로 직장을 옮겼다.

"공익 활동을 하고 싶어 로스쿨에 갔다"는 그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만큼 변호사가 된 뒤 공익 활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진정 꿈꿔왔던 삶이라 말했다.

◇ 로펌 변호사에서 완전한 공익 변호사로의 새 출발

그가 센터와 맺은 인연은 법무법인 덕수를 통해 처음 시작됐다. 조 변호사는 "'친구'는 이주민에 대한 법률 문제가 심각한데 이 부분을 제대로 지원해주고 있는 곳이 없는 상태여서 지원 활동도 같이 하고 싶다는 뜻으로 법무법이 덕수 변호사님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뜻을 모아 만든 단체"라며 "서울 지역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법무법인 덕수에 입사했던 이유도 덕수가 공익 활동을 비교적 많이 하는 로펌이었기 때문"이라며 "덕수 변호사님들을 통해 이주민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지만 회사 일을 하며 센터 업무를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로펌을 퇴사해 센터로 이직한 이유를 "공익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센터 활동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이직을 했지만 월급이 1/3정도로 줄었다며 웃는 조 변호사는 "아내가 지난 달 아들을 출산했다"며 "아빠가 된다는 부담감에 법무법인을 그만 두고 센터로 이직하는 것에 고민도 많이 됐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런 결정을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하며 지지해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대학 시절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하면서 많은 공익 분야 중에서도 특히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었다는 조 변호사는 "국내 체류 자격이 불안정하고, 언어가 서툰 이주민들은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법적으로 보호 받는 데에 소극적이고 무지하다"며 "이들을 법적으로 구제해주고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작년까지는 센터에서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무료 법률상담 등 여러 공익 활동을 하는 것에 참여하는 정도였는데, 지난 4월부터는 센터 일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 이주민들의 '자립'을 위한 근본적 도움 주고 싶어

조 변호사의 법률 상담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진다. 외국인들이 직접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상담을 하거나 기관에 방문해 상담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에는 혜화동에 있는 외국인 무료 진료소를 찾아가 책상 하나를 두고 법률 상담, 매주 화요일에는 외국인들의 행정적 업무를 돕는 공공위탁기관을 방문해 상담하기도 한다.

변호사로서 그가 하는 주된 업무는 법률 상담이지만, 법률적인 부분 외에 이주민들의 친목 도모를 위한 카페도 센터에서 직접 운영 중이다.

조 변호사는 "외국인들의 법률 상담을 하다 보니 그들의 열악한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며 "이 분들을 좀 더 밝은 곳에서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친구도 사귀고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결혼 목적의 이주민 여성들의 경우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 취업이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센터 카페에서 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해 취업을 장려하고 있어 이주민들을 위한 보다 근본적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 노사문제·이혼문제 넘어 일반 민·사 상담도 많아…변호사에 대한 수요 높아

이주민들의 법률 상담 문제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노사 문제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센터에서 다룬 법률 상담은 약 200건 정도에 달하는데, 그 중 절반이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해고 문제 같은 노동문제였고, 나머지 절반은 이혼 등 가족문제, 그 외 나머지가 일반 민·형사나 출입국 문제라는 것이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로 처음 입국을 했던 이주민들이 지금은 나이를 먹어 그들이 피상속인이 된 상속 문제가 쟁점이 돼 상담을 받고자 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외국인들과 법률 상담을 하는 데 의사소통에 관한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조 변호사는 "주로 영어를 사용하고 필요하다면 한국말이 가능한 이주민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물론 법률 용어나 어려운 단어를 이해시키기는 어렵지만 소송 진행에 있어 크게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이주민들은 대개 동남아시아 지역이나 아프리카에서 온 분들이다"며 "조선족 분들은 언어적 문제가 덜하지만 이런 분들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센터의 도움이 더 필요한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들을 위한 법적 도움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법률적 도움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들은 정말 대표적인 법률 취약계층"이라며 "최근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송구조제도 등 법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을 숙지하는데 외국인들은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변호사의 도움을 원하는 이주민들의 수요는 매우 많다"며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우리 센터에서도 변호사를 한 명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공익 변호사 늘어나…로스쿨 제도의 큰 장점 중 하나

조 변호사는 공익인권법에 관심이 많은 후배 예비 법조인들에 대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는 상황에서,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들의 숫자가 늘어나 공익 활동을 하는 변호사도 많아진 것 또한 수치로서 증명되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공익 활동에 관심이 많은 예비 법조인들은 로스쿨에 재학 중인 3년 동안 지식뿐만 아니라 어떤 동료들과 일하며 어떤 변호사가 될지에 대한 고민들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것이 로스쿨 제도만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공익인권법학회라거나 학교에서 개설된 여러 공익인권과 관련 수업들을 통해 공익 활동들에 대한 교육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기존 연수원의 실무 중심 교육이나 사법시험 합격 후 2년간의 짧은 연수원 교육을 통해서는 담보하기 어려웠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제도 내에서 공익 활동이 활성화되고, 양성화되는 부분들이 매우 중요하다"며 "나처럼 공익 활동을 하고자 하는 후배 로스쿨 학생들이 있다면 변호사 시장에 나와서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변호사로 사는 것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관심 있는 분야의 시민 단체를 등을 찾아가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단순히 변호사로서 사람들에게 법률적 도움을 주겠다는 것을 넘어 그 단체에 속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적극적 태도를 보여 진심을 전한다면 어떤 단체들로부터도 환영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