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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청사 |
의료법의 구체적인 위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당직의료인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주심 김신 대법관)은 16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요양병원에 당직의료인을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 있던 약 130명의 환자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둬야 함에도 당직간호사 3명만 배치하고 당직의사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받은 A씨는 항소심에서 무죄판단을 받아냈지만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사건이 이어졌다.
의료법 제41조는 응급·입원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도록 하고 같은 법 제90조는 이를 위반한 사람을 처벌토록 했다. 하지만 의료법 제41조는 병원에 배치해야 할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 등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고 이같은 구체적 사항을 하위법령에서 규정하라는 위임조항도 없었다. 그런데 의료법 시행령 제18조1항은 병원 규모에 따른 의사, 간호사 배치기준을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41조는 당직의료인을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도 의료법 시행령은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 등 배치기준을 규정했고 이를 위반하면 의료법 제90조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도록 했다"며 "이는 형사처벌의 대상을 신설 또는 확장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통령령(시행령) 등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 경우 이를 무효로 선언할 수 있다"며 "법률의 위임없이 대통령령으로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과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이 형사처벌 범위를 위법하게 확장했다는 이유로 시행령 조항 위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것은 1999년 2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단속법 위반으로 기소됐다가 이번과 같은 이유로 무죄가 확정된 B씨에 대한 사건 이후 18년만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의료법 조항은 지난해 12월 국회의 의료법개정으로 위임규정이 새로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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