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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청사 |
10년 3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통해 사용·근로관계가 유지돼 온 근로자를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고 회사 측의 일방적 해고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자사가 사용하는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한 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2년미만 단위의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는 기업의 행보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A씨가 현대엔지니어링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에서 원고패소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앞서 진행된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가 대법원 상고심에 이르러서야 승소했다.
A씨는 2005년 7월부터 2015년 10월하순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이 진행하던 경기도, 경남 김해, 경기 김포 등지의 각종 공사에서 감리업무를 시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A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의 계약관계는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1개월 단위로 10여차례 갱신돼 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A씨에게 2014년 10월과 2015년 6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고 A씨는 그에 응해 사직서를 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2015년 6월 이후에도 A씨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별도의 공사현장에서 감리업무를 진행했다.
A씨는 소송을 제기하며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됐고 현대엔지니어링의 1,2차 사직서 제출은 모두 일방적 결정에 따라 내부적으로 퇴사와 재입사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이 2015년 6월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통보한 것은 해고에 해당하고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A씨와의 계약관계는 기간제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A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설령 A씨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될 수 있다더라도 앞서 그가 사직서를 제출한 후 2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를 취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1심과 2심은 현대엔지니어링 측의 주장을 전부 인용하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기간제법이 규정한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근로자 사용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기만 하면 그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즉 A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의 계약관계는 기간제법 제4조1항(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이 규정하는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사유'에 해당하고 A씨 역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했다는 게 2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1,2심의 판단이 모두 뒤집혔다. 상고심 재판부는 "사용자가 기간제법 제4조2항(예외사유 소멸 이후에도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를 무기한 계약근로자로 본다는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업무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해 체결했으나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법 제4조1항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은 A씨와의 2005~2007년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회사가 수주하는 각종 건설공사의 감리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A씨와 체결된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하면서 기간제법 제4조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해 체결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가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한 회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기간제법 제4조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퇴직과 재입사의 거친 것에 불과한 때에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A씨의 각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심리·판단했어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못한 채 A씨와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해소됐다고 판단, 해고제한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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