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둘러싼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의 갈등관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역사상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사건의 배후가 세금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중남미에서 번성했던 아즈텍제국이 불과 800명의 병사를 이끌고 공격해온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에게 멸망하게 된 원인 중 하나도 가혹한 세금 정책에 반기를 든 인디언이 코르테스편에 동조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미국의 독립 역시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려는 영국의 정책이 촉매제가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법치주의가 확립되면서 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필자가 처리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은 '어떻게 하면 세금을 내지 않거나 적게 낼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설마 법률가인 필자에게 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방안을 묻은 것은 아닐 터이니 절세방안을 알려 달라는 것이리라.

국세청은 '절세'를 세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보면 절세에 특별한 비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산관리를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방안 중에는 절세를 넘어 탈세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달콤한 유혹에 빠져 이를 따랐다가는 납부해야 할 세금에 가산세, 더 나가 형사처벌까지 받게되는, 정말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이는 꼴이 된다.

이렇게 보면 국세청 말대로 납부할 세금을 성실히 신고하는 것이 절세의 지름길이고,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세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면, 세금을 줄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는 있다. 절세를 빙자해 법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세금을 줄이려는 노력을 마치 범죄행위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면, 합리적인 경제활동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절세와 탈세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절세와 탈세는 한끝 차이라고 할 정도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언뜻 보기에는 절세행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탈세인 경우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는 조세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만, 절세를 위해 들이는 시간을 길게 보면, 보다 명확해 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법에는 세금이 아예 부과되지 않거나,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거래 구조가 있다. 이런 구조를 단기간에 만들면, 세금을 낮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냈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계획을 세우고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한다면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가장 효율적인 절세방안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또 '기간의 경과'만으로 세액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부동산이나 주식의 양도소득세는 일정 보유 기간이 지나면 비과세되거나 저율과세가 된다. 또 취득일부터 일정 기한 내에 처분하는 경우에는 중과세가 되기도 한다. 동일인으로부터 10년 안에 증여받은 것들은 합산하도록 돼있다. 직전에 증여받은 날부터 10년 안에 증여받은 경우와, 10년에서 단 하루라도 지나서 증여받은 경우 내야하는 세금이 다르다. 이런 규정들을 미리 알아놨다가 세금을 내야 하는 행위의 시점을 조정하는 방법으로도 절세를 할 수 있다. 

결국 절세를 하려면, 세법규정을 잘 살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시간 여유 없이 절세를 하려고 하거나, 규정은 생각 안하고 세금 낼 일을 만들고 난 다음에는 사실 방법이 없다. 이때 세금을 줄이는 방법은 사실관계를 실제와 달리 재구성하는 방법 밖에 없으니, 이는 명백히 탈세 행위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평소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 질병을 예방하고, 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효과적이지, 증상이 악화된 뒤에는 치료방법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이다. 절세도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화우의 전오영 변호사는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연수원 17기)하면서 법조 경력을 시작했다. 8년간 판사로 근무하며 재판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주로 기업관련 소송, 특히 조세, 건설·부동산 관련 분쟁, M&A, 해외 투자 프로젝트 관련 사건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조세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