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다가 돈이 부족해 주변에서 돈을 빌렸다 갚지 못하면 사기일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많다.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검찰이 채권자들의 돈을 받아주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해 검찰과 법원 모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상황에 이르렀다.

대검찰청 2015년 범죄분석 중 2014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사기 사건 기소비율을 살펴보면 2만3254건의 사기 사건 중 5272건만 기소됐고 나머지는 불기소돼 불기소율이 50%정도인 절도, 살인 사건의 경우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채권자들이 채권추심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형사고소를 남용하고 있는 상황을 여실이 보여준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기소된 피의자와 기소유예 된 상당수의 피의자들 중 상당수는 돈을 갚지 못한 죄책감과 낮은 형량을 받을 요량으로 자백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채무를 지게 된 채무자들의 경우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상담 받을 여력이 부족하고 돈을 빌려 갚지 못한 채무자가 사선변호인을 쓰는 것에 대해 법원과 검찰의 곱지 못한 시선 때문에 적절한 법적조언을 받지 못한 채 자백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수년간 투자를 받아 투자원금에 수십 퍼센트의 배당수익을 채권자에게 안겨준 채무자가 이후 사업이 어려워져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원금보장약정 등이 없는 한 민사적으로도 채무가 부존재하는 경우가 있음에도 돈의 성격이나 계약관계에 대한 법적검토 없이 채권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로 고소됐다 이를 자백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이 사기죄로 처벌받거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을 경우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통해 면책을 받더라도 이들 채권은 고의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처리되어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채무자들은 이들 채권자들의 빚을 갚지 않는 한 영원히 재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일부 악의적인 채무자들은 사기죄로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많은 채무자들이 민사상 채무불이행과 형사상의 사기를 구분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로 인해 사기죄로 처벌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A상품을 생산하던 채무자 B가 사업이 어려워져 세금과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던 채권자 C에게 수천만 원을 빌린 사안에서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나 이러한 재산적 처분행위를 유발한 피고인의 행위가 피고인이 도모하는 어떠한 사업의 성패 내지 성과와 밀접한 관련 아래 이루어진 경우에는 단순히 피고인의 재력이나 신용상태 등을 토대로 기망행위나 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당해 사업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및 관여 정도, 피해자가 당해 사업과 관련하여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된 구체적 경위, 당해 사업의 성공가능성 ,피해자의 경험과 직업 등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B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부분 빌린 돈을 못 갚아 사기로 고소되는 사람들은 차용당시 이미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사람들이 많고 채권자도 이를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이들 간 금전거래의 이자율은 금융기관의 이자율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채권자가 채무자가 금융기관에 돈을 빌리지 못할 형편이 되어 돈을 채권자에게 고율의 이자율로 돈을 빌리고 자금회수가 채무자의 사업의 성공가능성에 좌우됨을 채권자가 인식한 상황이라면 형사상 사기보다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민사의 형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기고소사건처리 관행개선 등을 통한 법원과 검찰의 연구와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채권자입장에서 편리한 채권추심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에 대해 채무자들의 피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부채의 부담을 벗어나 경제적 갱생을 도모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개인회생, 개인파산을 통한 면책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민사의 형사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기죄로 고소당한 채무자가 자포자기하거나 숨기보다는 적극적인 법적 대응일 것이다.

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전문직과 기업 대표의 회생·파산 업무를 주로 맡았다. 도산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 관련 형사사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집합건물 관련 관리단 소송 등 부동산 소송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