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측 세월호 농성장에서 열린 '세월호 900일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대리하는 신용락 변호사가 22일 법정에서 "다시는 이 같은 비극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의 이정표를 사법부에서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신 변호사는 이날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총 347명이 국가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세월호 사건 이전보다 더 나은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돈보다는 생명과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목표는 진실의 규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인 원고들은 진실규명을 바라고 있다"며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돼야 소중한 생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건설할 숭고한 희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또 "이 사건 소송에서 국가와 청해진해운의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묻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유사한 참사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이날 이 소송의 경위와 개요를 5분 남짓 말하면서 수차례 눈물을 보였다. 감정이 격해진 듯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은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내년 1월17일 다음 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인근에서 구조활동을 했던 문예식 둘라에이스호 선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건의 원고 중 1명도 당사자 신분으로 신문이 이뤄진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피해자 자격이 아닌 당사자 자격으로 법정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들은 정부, 해경, 청해진해운 관계자 중 그간 수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과 각종 전문가 등 3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기소)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뤄질 전망이다. 유족들은 정 전 비서관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등에 대해 물을 계획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이 가지는 의미 등을 고려해 원고들의 신청한 증인 신문 등을 제한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다만 민사재판이 갖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 이상을 심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될 부분이 있고, 강제적 절차를 통해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취지를 충분히 공감하고 알고 있는 만큼 그 부분을 반영해서 재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