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전 검사장(49·구속기소).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48)에게서 9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진경준 전 검사장(49·구속기소)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진 전 검사장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서용원 전 대한항공 부사장(67)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김 대표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 개인의 직무는 소속된 검찰청의 관할권 범위, 검사의 직위에 따라 정해진 직무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단지 검사로서의 지위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정도로 특정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여년간 김 대표에게 진 전 검사장의 특정된 직무와 관련한 현안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며 "김 대표가 대기업을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장래에 발생할 직무관련 현안에 대한 개연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두 사람은 진 전 검사장이 검사가 되기 전, 김 대표가 사업을 하기 전부터 친밀하게 지내온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서 전 부사장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2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내사가 종결된 후 서 부사장을 만나 자신의 처남 회사에 대한 용역계약을 언급했고 3개월 뒤 계약이 체결됐다"며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은 없었지만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이였다"고 판단했다.

또 "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재산상태를 은폐할 목적으로 2014~2015년 총 18회에 걸쳐 타인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점은 공직자윤리법상 유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유죄로 인정한 혐의의 양형에 대해서는 "진 전 검사장이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처리한 재벌 회장의 내사사건 종결 직후 해당 기업의 고위 임원을 만나 처남 회사의 용역계약 체결을 부탁한 점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계약 체결로 인해 진 전 검사장의 처남과 장모가 월급 등 형태로 부당하게 얻은 이익이 상당하고 이는 진 전 검사장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차이가 없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범죄사실 은폐를 시도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검사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현저히 훼손됐고 일선 검사들의 자부심과 명예가 상처를 입어 책임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앞서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6월 김정주 대표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듬해 이 주식을 넥슨 재팬 주식 8537주로 교환했고, 지난해 이를 팔아 126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진 전 검사장은 또 김 대표에게서 제네시스 차량을 차명으로 제공받고 가족여행 경비 5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서 전 부사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처남에게 140억원 상당의 용역을 주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대표와 서 전 부사장은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