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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단골메뉴 '檢 영상녹화조사'…"증거능력 없는데 어떡하냐"[조준영의 검찰聽]

편집자주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 사진은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마련된 영상녹화조사실 모습.2017.12.26/뉴스1

영상녹화조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년 지적받는 단골메뉴다. 검찰 조사에서 인권침해 우려를 막고 수사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됐지만 실시율이 바닥이라는 점에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체 조사건수 대비 영상녹화조사 실시율은 매년 평균 8% 안팎에 그친다.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검찰이 조사 중인 사건 10건 중 1건이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까지 들으면 검찰을 탓해야 할 것 같지만 좀더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검찰에선 법원이 영상조사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아 적극적으로 영상녹화조사를 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온전히 검찰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일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지적에도 요지부동인 문제를 개선하려면 사안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상녹화물에 대해 대법원은 2020년 '독자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국회에 밝혔다. 영상녹화물이 수사의 투명성과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인권보장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수사기관에 유리한 진술을 녹화하는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대법원은 영상녹화물을 법정에 제출해 사용할 경우 공개법정에서 이뤄진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려는 공판중심주의 대신 '비디오재판'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판사들이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녹화물만 쳐다보는 식으로 재판풍경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선 법원의 이런 단호한 선긋기에 겹쳐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능력까지 제한되면서 영상녹화조사의 유인이 더 떨어졌다고 말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검찰조사를 받을 때 작성된 피신조서 내용을 피고인이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을 경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조서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데 검찰이 공을 들여 영상녹화할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영상녹화물에는 피의자가 조사실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모든 과정과 모든 발언이 담겨야 한다. 그만큼 번거롭다.

결국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이 어느 정도 인정돼야, 혹은 증거채택 여부라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실시율이 실질적으로 올라간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고생에 비해 증거능력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찰 내부적으로도 영상녹화조사를 강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피조사자의 권리가 일부 제약되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수사기관에 출석하기 힘든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출장형 영상녹화장비'를 도입했지만 20대에 불과하다. 인천지검(3대)을 제외한 전국 17개 지검에 각 1대씩 구비된 게 전부다. 영상녹화장비를 구비한 조사실도 신축청사를 제외하곤 추가 없이 유지보수만 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매년 낮은 실시율을 지적하며 인권수사를 강조하지만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선 당위성만 강조하기보다 실질적으로 조사유인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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