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법원노조)가 박상옥 대법관(60·사법연수원 11기)이 현직에 오른 것은 청와대의 계획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법원노조는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노조는 13일 '비망록의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제목의 성명과 함께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법원노조에 따르면 이 비망록 중 2014년 6월24일에 작성된 부분에 '법무부 짠 대로 진행되는 듯한 인상 재야-박상옥(행정원장)'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때는 양창수 전 대법관(64·연수원 6기)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자 인선이 진행되던 시기다.

당시 대법관추천위원회는 현직 대법관인 권순일 전 법원행정처 차장(57·연수원 14기)과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0·연수원 16기), 이성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59·연수원 12기) 등 3명을 후임으로 추천했다. 이름이 빠졌던 박 대법관은 지난해 2월 임기를 마친 신영철 전 대법관(62·연수원 8기)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법원노조는 청와대가 검찰 출신 인사를 대법관 자리에 앉히기 위해 박 대법관을 내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노조는 "2012년 8월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35년간 유지됐던 검찰 출신 대법관의 명맥이 끊어진 상황이었다"며 "(비망록은) 검찰 출신 대법관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 짠 대로 진행되는 인상', '결국 사람이 문제 이번 기회 놓치면 검찰 몫은 향후 구득 난망' 등 전체적인 메모의 흐름을 통해 청와대가 잠재적 후보자들의 의사를 타진하고 검증하는 역할까지 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노조는 "청와대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자행했다"며 "결과적으로 박상옥 당시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청와대의 시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