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대법원이 법원장까지 지낸 고위 법관을 지방법원 1심 재판부로 복귀시키는 '원로법관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내부전산망에 '2017년 법관 정기인사 방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엔 원로법관제 도입을 포함해 내년 법관 정기인사의 방향이 담겼다.

고 처장은 원로법관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으로 법원 내 인사문제를 꼽았다. 대법원은 2012년 정기인사부터 '법원장 임기제'와 '순환보직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법원장은 2년 임기로 2회까지 재임한 뒤 2심 법원 재판부에 복귀하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정기인사에서 재판업무에 복귀한 법원장이 15명까지 늘어나면서 인사 적체가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법원은 1심 법원 재판부에도 법원장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고 처장은 "재판부에 복귀하는 법원장이 계속 증가해 인사운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제는 (법원장이) 지방법원의 1심 재판부로 복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했다.

고 처장은 원로법관제를 통해 법원의 분쟁해결 능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고 처장은 "1심 재판현장에서 국민과 접촉하는 뛰어난 법관이 증가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신뢰가 더욱 증진될 것"이라며 "1심에서 분쟁이 해결되는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고 처장은 서울권 근무를 마친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2년간 지방권에 보낸 뒤 서울권으로 복귀시키는 방안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고 처장은 "서울권 근무를 마친 지법 부장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지방권 근무 법관의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서울권에 근무한 지법 부장에 대해 '2차 경향(京鄕)교류'를 불가피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외에 고 처장은 내년 인사에서 고등법원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법관을 다른 고등법원으로 보내는 방안과 내년부터 선발되는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 전문법관을 지방권으로 순환근무를 보내는 방안 등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