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뉴스1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사법개혁 요구를 억누르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58·사법연수원 16기)이 사의를 표명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차장은 최근 대법원에 법관으로 재임용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취지의 '연임 불희망원'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임 차장은 오는 19일 30년의 판사 생활을 끝내고 법복을 벗게 됐다.

임 차장은 법원 내부 전산망에 게시한 글에서 "최근 언론보도 이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며 "해명하고 강변하고 싶은 억울하고 괴로운 심정이면서도 또 다른 의혹과 불신을 야기할 지 모른다는 우려에 충분한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임 차장은 "퇴직 의사와 무관하게 저는 이번 일과 관련한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조사에 의한 결과를 수용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임 차장은 이번 '사법개혁 요구 축소 의혹' 사건으로 직무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였다. 사건 조사를 맡고 있는 이인복 전 대법관은 지난 13일 대법원에 임 차장에 대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고, 임 차장은 '사법연구'를 맡으라는 발령을 받았다. 사법연구는 판사에게 특별한 업무 없이 나름의 연구를 시키는 조치인데, 임 차장에겐 대기발령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법원 내 판사 연구모임 중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법 관점에서 본 사법 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였다. 이 안에는 법관독립,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직위, 사법행정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 담겼고 5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하면서 불거졌다. 설문조사 직후 행정처는 '판사들의 연구회 중복 가입을 정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연구회 소속 L판사의 인사를 번복했다. 이를 두고 판사들 사이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압박’이라는 의혹이 커졌다.

행정처는 지난 7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게시한 글에서 "해당 판사에게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이 전 대법관에게 진상 조사를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