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있었던 여자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팬 사인회에서 멤버 중 예린이 갑자기 남자 팬에게 안경을 벗어보라고 말했다. 알고보니 그 팬이 쓰고 있던 안경 가운데에 작은 렌즈가 있었던 것. 예린은 이를 발견하고 매니저에게 알렸고 이 사실은 한 팬이 찍은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촬영이 금지된 사인회도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안경 캠코더’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온라인 상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안경처럼 보이게 만들어진 초소형 캠코더는 범죄에 주로 이용되는 도구다. 이를 굳이 사서 사인회에 들고 온 의도부터가 불량하다는 지적이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몰카와 관련해 특히 작년쯤부터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가까운 사이인 배우자나 연인이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신체의 특수 부위에 대한 몰카를 찍으면 처벌될 수 있으며, 아파트 베란다 등을 통해 맞은편 집안의 사람을 촬영한 경우에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이 몰래 찍은 사진이 개념상으론 '몰카'라 하더라도 사진의 내용에 처벌여부가 다르다.

성폭력처벌법에서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이를 유포할 경우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연예인에 대한 얼굴 사진 등은 몰카라 해도 사실상 처벌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전문가들은 특별히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위가 아닌 일반적인 사진이라면 형사상 처벌은 어렵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예인의 경우 현실적으로 얼굴 사진을 몰래 찍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순 없을 것이다. 

황수철 변호사(법률사무소 JC&Partners)는 “몰카를 찍다 적발되면 평범한 사진이더라도 민사상 초상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특히 성적 수치심까지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찍은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SNS를 통해 사진을 공유하거나 판매하는 경우에도 처벌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