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 재판에서 "계엄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고 법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 말미 직접 말할 기회를 얻어 이같이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과 오후에 진행된 증인심문에서는 발언하지 않았으나 향후 재판 절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접 의견을 피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계엄 선포와 관련해 '계엄이 내란'이라는 구조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고 있는 헌법적 쟁점이 상당히 많다"며 "통상 형사법정에서 다뤄지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 본질에 맞는 검토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계엄은) 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칼은 요리를 하고, 나무를 베 뗄감으로 쓰고, 아픈 환자를 수술하고, 협박·상해·살인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며 "이걸 내란 관점에서 재판한다면 칼을 썼다고 해 무조건 살인이다, 이렇게 도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계엄을 선포했다고 무조건 내란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민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독재를 하려면 국회만 기능을 정지시켜서 되겠느냐"며 "모든 헌법기관을 동시에 무력화, 장악해서 독재적 헌정 문란을 일으키고 임기를 마치고 퇴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독재를 위한 비상계엄 선포를 한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윤 전 대통령은 "아무도 다치거나 유혈사태가 없었고 처음부터 실무장을 시키지 않고 소수 병력을 (투입한 것)"이라며 "나라 상황이 비상사태라고 대통령이 선언할 수 있는 방법이 비상계엄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과 내란이 같은 게 아니다. 헌정질서 파괴라고 하려면 그에 대한 정무 계획, 집권 계획, 실현하기 위해 군을 어떻게 활용하려 했던 것인지 다뤄져야 이 재판이 진상규명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재판에서) 다뤄야 하는 쟁점의 순서가 변호인이 이야기한 면이 충분히 고려되면서 진행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내란죄 포인트에 맞춰 법리와 로직(논리)을 딱 세워놓고 재판을 하면 본질과 관련이 없는 것을 굳이 증인신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변호인의 요지"라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이날 재판 과정에서 "향후 증인신문은 국헌문란 목적 유무 쟁점과 관련한 증인부터 진행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최재해 전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들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 등을 먼저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