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건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검찰이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를 체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1일 저녁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고영태 전 이사를 전격 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고 전 이사에 대해 혐의를 특정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고 전 이사는 주가 조작 혐의와 관세청장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이사가 주가 조작에 손을 댄 정황은 최씨의 비서 역할을 했던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녹음한 녹음파일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고 전 이사가 사전에 입수한 주식 정보를 이용, 사익을 챙기려 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 전 대표의 녹음파일엔 고 전 이사의 관세청장 인사 개입 혐의와 관련된 대화도 들어있었다. 최씨의 형사재판에서 공개된 녹음파일에서 고 전 이사는 "또 하나 오더가 있다.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라고 말한다. 검찰은 이 대목을 두고 고 전 이사가 최씨의 지시로 관세청장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 전 이사는 최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면서 국정농단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고 전 이사는 최씨 지시로 롯데 그룹을 찾아가 K스포츠재단에 자금 70억원을 추가 출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고 전 이사는 '고민우'라는 가명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 전 이사는 황은연 포스코 사장을 만나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독대 후 최씨의 지시로 이뤄진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황 사장은 더블루K의 요구를 거절했고, 최씨는 고 전 이사의 보고를 받은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에 안 전 수석은 권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더블루K가 불쾌해 하니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최씨 재판에 나와 당시를 회상하면서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지구상에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고 전 이사는 이후 최씨와 사이가 틀어지자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친 사실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검찰에 관련 자료를 다수 제출하고 최씨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적극 협조해 왔다. 다만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달라는 헌법재판소의 요청엔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