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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염병 맞은 사법신뢰, 흔들리는 재판제도

[the L 레터]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70대 한 남성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경비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은 블랙박스영상 캡처한 사진을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배열하였다. 2018.11.27. (사진=김정수 씨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이 던져졌다. 범인은 돼지농장을 운영하던 남모씨(74)다. 자기가 운영하던 돼지농장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후 사법부에 앙심을 품었다.

남씨처럼 개인사를 이유로 판사를 욕하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다. 서초동 법원삼거리에는 늘 이런 사람들이 모여 성토의 장을 연다. 법원 청사 안에서 길을 헤매면서 “국민을 위한다는 법원을 이따위로 지어놨느냐”며 소송에서 진 화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그전까지 대법원장에게 화염병을 던질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 사건을 맡은 변호사를, 판결을 내린 판사를 원망하긴 했어도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는 대법원장을 겨누지는 않았다. 그만큼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번 화염병 투척 사건은 재판 제도를 향한 불신도 담고 있다. 지금 검찰은 사법부가 자기 이익을 위해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며 전·현직 법관들을 수사 중이다. 관련 판사들 열댓명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됐고, 이들에게는 ‘적폐판사’라는 오명이 붙었다.

이런 뉴스를 접한 일반인 입장에서 ‘혹시 내 사건도’라는 의구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남이 보기에 별 볼일 없어보여도 내 사건이 되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중대 사건’이 된다. 온갖 이해 관계와 의심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특히 판사도 사람이기에 모종의 유혹에 눈이 멀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재판 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그래도 판사가 재판을 그렇게 하겠느냐’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일부 판사들은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임에도 ‘재판거래’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고 ‘법관탄핵’을 거론했다. 판사들조차 재판이 거래대상으로 전락한 게 맞다고 하는데 앞으로 누가 재판 제도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이들 주장처럼 판사 몇 명을 쫓아낸다고 해서 무너진 사법신뢰가 회복될까. 한 번 뿌리뽑힌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재판이 있어야 판사도 있는 법이다. 재판이 있으려면 재판 제도를 향한 국민 신뢰가 먼저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신뢰는 법정에서 이뤄지는 공개변론과 판결문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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