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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사진=뉴스1 |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양형에 대해서만 다시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일염)는 24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정식 공판 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는 만큼 이 전 이사장도 출석했다.
이날 오후 2시22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이 전 이사장은 '항소심에 어떻게 임할 계획이신가', '1심 때 처음엔 부인하다가 나중에 다 혐의 인정하셨는데 입장 그대로신가'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이사장은 법정에 들어서며 재판부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기도 했다.
항소 이유에 대해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지만 양형에 대해서 한번 더 검토해주셨으면 하는 입장"이라면서 "다만 한 가지 제고해주셨으면 하는 것은 (1심에서) 사실을 다르게 인정한 부분이 있고, 1심 재판부가 약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이 가사도우미를 요청할 때 구체적인 지침까지 하면서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했는데 이 전 이사장은 평생을 주부로 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몰라 회사 분들에게 부탁을 한 것이지 도우미의 건강 문제 말고는 별다른 지침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가사도우미에게 지급한 돈은 회삿돈이 아닌 개인 돈으로 지급됐으며, 가사도우미를 필리핀으로 돌려보낸 것은 이 전 이사장이 불법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시정하는 의미의 행위였다는 것을 인정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 측은 1심에서 일부 무죄 판단된 부분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면서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집행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24일 오후에 열린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 6명을,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필리핀인 5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이들의 지시를 받아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선발하고 일반연수생 비자(D-4)를 발급받아 위장 입국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해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당한 지시로 직원들을 불법에 가담하게 했고, 진정한 뉘우침에 대한 의심을 살만한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이었던 벌금 300만원 보다 높은 형이 선고된 것이어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 전 부사장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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