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제자로 입시 비리·연구비 부정사용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교수는 2012년 고교생인 아들을 부정하게 논문 공저자로 올리고 이를 강원대 편입학에 활용한 등의 혐의를 받는다. 2020.7.28/뉴스1

입시비리와 동물학대 그리고 연구비 유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병천(55)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재판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 교수 측은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했고 청탁이나 불법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조카, 서울대 입시에 응했을 때 '제척·회피'해야하는지도 몰랐다"변호인은 이병천 교수의 3촌 조카가 서울대 수의과대학원 입시에 응시해 합격한 사실에 대해 " 행정담당 교수로부터 필답고사의 채점을 의뢰받아 처리했을 뿐 4촌 이내나 직계존비속은 입시업무에서 회피·제척해야 함에도 관련 규정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서울대 입시에서의 제척·회피 규정은 2005년 후기 입시에서 첫 도입돼 4촌이내로 확대된 건 2010년 후기부터로 사건이 벌어진 2013년 입시로부터는 3년전이라 많은 교수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교수도 연구에만 집중해 입시관련 규정을 몰랐고 행정실로부터오는 이메일을 다 읽지도 않았다"며 "동료인 장모 교수가 실제 출제를 하고 수정한 문제에 대해 채점으로 확인 한 것에 불과해 실제 채점에 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도 했다. 아울러 "3명이 지원해 3명 다 합격했다"며 이 교수가 채점하지 않았어도 결과에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강원 수의대 편입한 아들 수학계획서, 아들이 제출했으니 도와 준 아버지 책임 아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아들 부정입학, 불법 동물실험 등 의혹에 연루된 이병천 서울대학교 교수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0.07.28. misocamera@newsis.com

이병천 교수 아들 이OO씨의 강원대 수의대 편입학에 대해서는 "아들이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대 편입에 합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청탁을 하거나 강원대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가 아들의 편입학 서류를 전부 작성한 건 아니고 학부모 입장에서 수학계획서 내용 등을 조언했고 허위내용이 들어간 게 아니며 인턴십이나 논문 공저자 등도 사실이었다"고 했다.

변호인은 "아들 이OO 이름으로 작성된 계획서의 책임은 아들에게 있는 거고 피고인(이병천) 책임은 아니다"고도 했다. 입시서류에 거짓이 있어도 아들 본인의 잘못일 뿐, 학부형인 이 교수가 법적 책임 질 것은 아니란 취지다. 검찰은 이 교수 아들이 강원대 수의대 편입학에 사용한 수학계획서에 적힌 논문 공저자 등의 경력이 이 교수가 허위로 공저자로 올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이 교수의 지도로 석·박사를 받은 한 국립대 교수를 통해 강원대 면접 평가위원 2명에게 청탁했다는 내용으로 기소했다.

이날 변호인은 "아들이 논문 공저자로 올려진 것은 사실고 연구에 어느 정도 기여해야하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아들이 일정 부분 기여한 바 있어 거짓된 내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수의대 편입학 '23:1' 경쟁률 뚫고 합격한 이 교수 아들…교육부 특별감사로 '입학 취소 통보'

서울대 정문 전경 2020.6.1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검찰에 따르면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대 편입학은 5명 모집에 116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23대 1이었다. 합격자 5명 중에 이 교수 아들이 포함됐다. 면접관 5명 중 3명은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이었다. 이 교수 아들은 강원대 수의대 졸업 뒤 2018년10월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 후기 입시에 응시해 합격했다. 이 교수는 이때에도 입학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입시비리 외에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 교수 측은 이날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변론했다.

실험에 쓰인 실험견 가격을 부풀려 2억원을 과다 청구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거래 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았을 뿐 부풀릴 의도가 없없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지급된 인건비 1600만원을 돌려받은 것에 대해선 "인정한다"면서도 "산학협력단 연구비 사용규정을 위반했어도 불법으로 취득할 의사가 없어 법리적으로는 사기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 입시비리에 관여한 공동 피고인으로 함께 피고인 석에 앉은 동료 교수들도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특별감사를 통해 이 교수 아들의 강원대 편입학 부정입학 관여 사실을 적발하고 편입학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교수가 강원대 편입학 심사위원들에게 부정 청탁했다는 진술이 나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8~12월 자체 감사 결과 이 교수의 연구비 부정 지급 의혹 등을 이유로 직위 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