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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자유를"…아내·두 아들 살해 후 울며 신고했던 아빠 최후진술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남편 고모씨가 지난해 10월26일 경기도 광명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잠시나마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 죽을 수 있는 자유가 없다. 사형 (집행을) 안 하지 않냐. 부디 자비를 베풀어달라. 이상이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와 두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40대 고모씨가 지난달 31일 검사로부터 사형을 구형 받자 법정을 둘러보며 남의 일인양 "다들 수고했다"며 최후진술을 했다. 고통 속에 숨진 가족에 대한 사죄나 반성의 말은 없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의 아내는 사랑하는 두 자녀가 아버지에게 살해 당하는 걸 목격하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고 두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에게 살해 당해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며 재판부에 사형을 요청했다. 또 "피고인은 범행 전 미리 흉기를 구매했고 이후 피해자들의 자살로 위장하려고 했다"며 "철저한 계획범죄"라고 덧붙였다.

고씨는 지난해 10월25일 저녁 8시10분쯤 주거지인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 아내(당시 42세)와 두 아들(당시 15세·10세)이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겨 이들을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로 내려치고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에 따르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2020년 6월 회사를 그만둔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면서 아내와 자주 다투는 등 가정불화가 심해진 와중에 첫째 아들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폭언한 뒤 가족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의 범행은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됐다. 당초 고씨는 거주 아파트가 15층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신 자살을 위장하려 했다. 머리를 가격해도 상처가 나지 않는 재질의 둔기를 사용해 의식을 잃게 한 뒤 베란다 밖으로 던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꾸밀 생각이었다.

고씨는 범행 약 3시간 전 첫째 아들을 불러 "그동안 미안했다"며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안심시킨 뒤 범행 직전인 저녁 7시50분쯤 CCTV(폐쇄회로TV)가 있는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내려가 8시10분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줄테니 잠시 나오라"고 불러냈다.

고씨는 아내가 집 밖으로 나온 사이 CCTV가 없는 복도 창문으로 들어와 계단으로 15층까지 걸어 올라가 컴퓨터를 하고 있던 큰아들을 둔기로 쓰러뜨렸다. 아내가 집에 돌아오자 고씨는 아내도 둔기로 공격한 뒤 범행 장면을 뒤늦게 목격한 둘째 아들까지 쓰러뜨렸다.

고씨는 둔기만으로는 투신 위장이 어렵다고 생각해 주방에 있던 흉기로 항거불능 상태인 아내와 두 아들을 수십여차례 다시 공격했다. 고씨는 당시 "나 죽는 거죠? 그렇지!", "아디오스 잘 가" 등 혼잣말을 하며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은 평소 고씨의 욕설과 폭언 때문에 녹음하던 습관이 있었던 첫째 아들의 휴대폰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씨는 범행 후 흉기를 챙겨 아파트 외부 수풀에 버리고 인근 PC방으로 가 2시간가량 있다가 밤 11시30분쯤 집으로 돌아와 "외출 후 돌아오니 가족들이 죽어 있었다"고 울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수색과 CCTV 분석 결과를 토대로 A씨를 추궁해 수사 착수 12시간여만에 자백을 받아냈다.

고씨는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출석해 "어머니는 버려졌고 저는 ATM기계처럼 일만 시키고"라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

또 "8년 전 기억을 상실했다가 최근에 기억을 되찾았다"며 기억상실을 주장하다 다중인격도 호소했다.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과 국립법무병원 정신감정에서 고모씨의 이런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됐다.

고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이달 2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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