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대법정 안 학부생·로스쿨 학생들이 모여 공판을 방청하고 있다/ 사진=서울행정법원 제공

"법정에 와서 재판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박진감이 느껴졌어요."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학년 재학 중인 김모씨(여·27)는 26일 서울행정법원(법원장 김국현)에서 개최한 '열린법정'에 참여했다. 열린법정은 학생 등이 실제 행정사건 재판 절차를 직접 방청함으로써 행정소송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법정을 개방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경북대 로스쿨 △경희대 로스쿨 △서울대 로스쿨 △성균관대 로스쿨 △중앙대 로스쿨 △충남대 로스쿨과 고려대, 한국외대 등에서 총 71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대법정 안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학생들은 오후 2시쯤 재판부가 입정하자 곧장 엄숙한 분위기로 재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열린법정에서 첫 번째로 다룬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가 심리하는 원고 리갈 펀드 매니지먼트가 피고 증권선물위원회에 제기한 소송이었다.

이 사건은 리갈 펀드매니지먼트 직원이 2019년 10월18일 C사 직원으로부터 SK하이닉스 보통주 230만주(주당 7만8500원)의 블록딜(특정 주식 대량 지분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거래) 매수 제의를 받고 같은 날 11시30분쯤 매수 의향을 밝힌 직후 매도스와프 거래를 총 5회 수행하면서 불거졌다. 매도스와프는 주식을 직접 매도하는 대신 특정 가격을 설정해 매도인은 '주식을 판 지위'를, 매수인은 '주식을 산 지위'를 가지기로 하고 추후 일정 시점에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정산하기로 하는 파생 계약을 뜻한다.

앞서 증선위는 2023년 12월 리갈 펀드 매니지먼트가 이 사건 블록딜 거래 정보 공개 이전에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에 의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했다고 보고 과징금 2억532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원고 리갈 펀드 매니지먼트가 증선위에 과징금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과 피고 측 변호인 모두 주장의 요지와 관련 자료를 만들어 화면에 띄우며 발표하듯 변론을 진행했다. 재판부에 쉽게 설명하는 동시에 열린법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양측 변호인들은 "내용이 복잡한데 중요한 내용만 설명해 드리자면…"라고 말하며 블록딜, 헤지 등 사건과 관련된 투자 용어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가져와 형광색과 빨간색 줄로 중요한 부분을 강조해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주가 변동 폭을 비교하는 시각 자료도 학생들의 이해를 높였다.

다소 생소한 내용에도 학생들은 메모장에 필기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재판에 집중했다. 시간이 갈수록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었으나 이내 다시 눈을 부릅뜨고 집중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재판부가 양측의 주장을 청취한 후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말을 맺기 전 원고 측 변호인이 여러 차례 일어나 변론 종결을 막기도 했다. 원고 측 변호인이 "피고 측의 서류를 오늘 받아 급하게 봤다"며 1개월의 시간을 더 주겠단 재판부에 "2개월 정도 기간을 달라"고 선고 기일 연기를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를 본 경희대 로스쿨 1학년 양모씨(28)는 "관심 있는 사건 분야를 직접 보고 싶어 방문한 것인데 마지막에 변호인이 재판부의 선고기일 결정을 다급하게 막는 모습이 생생했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4년부터 행정사건 전문 분야별로 소송대리인 및 소송수행자 등에게 최근 행정소송의 동향 및 서울행정법원 실무를 소개하고 소송관계인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열린강좌' 행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개최된 열린법정은 5번째 열린강좌 행사다.

열린법정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재판 방청 외에 △법원 청사 견학 △법관과의 대화 등 활동에 참여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과 소통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열린 강좌 및 열린 법정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대법정 안 학부생·로스쿨 학생들이 모여 공판을 방청하고 있다/ 사진=서울행정법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