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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샷만 거부할 수 있나요? 처벌 받는 것도 거부하고 싶습니다만

[남변과 양변의 티키타카]2-가해와 인권

편집자주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에 대 시각은 보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남민준 변호사와 양진석 변호사가 특정 관점의 화자를 맡아 대화를 나눕니다. 어느 하나의 생각만이 옳다거나 그르다가 보다는 상반되는 생각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 다른 생각을 경청할 가치, 다른 생각이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담고 싶습니다. 글의 형식 때문에 역할을 나눠 얘기하지만 반드시 화자가 역할과 같은 관점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신림역 사건이나 서현역 사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거나 행위자와 전혀 무관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잔혹한 범죄가 있었습니다. 사건 피해자들은 이미 가장 소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가해자는 과연 잘못만큼의 벌을 받고 있을까요? 초래한 결과에 비해 인권이라는 명분이 가해자를 필요 이상으로 보호하는 건 아닌가요?

양변: 천부인권의 사상이 시작된 이래 인권이 강조되면서 현재는 범죄자의 인권도 상당한 수준으로 보호 받고 있다. 수사와 재판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를 전제한 엄격한 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형이 확정된 수형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등이 범죄인의 인권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논의이고 최근에는 속칭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가해자의 신상공개와 관련하여서도 논의된 적이 있었다.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는 실제로 머그샷 촬영을 거부하기도 했다. 인권의 보호나 수사, 재판 절차의 공정성 등에 관해서는 공감하지만 일부 구체적인 부분에서 현재의 법 체계가 범죄자를 필요 이상으로 보호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변: 범죄자일지라도 사람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보호돼야 하고 불완전한 인간에 의한 수사와 재판에는 오류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양변: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형벌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잘못에 대한 보복이고 형벌을 통한 교화나 예방은 부수적으로 고려할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교화나 예방이라는 미명 아래 중형에 처해져야 할 범죄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남변: 형법은 불법성에 따라 보복의 관점에서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중형을 두고 있으니 꼭 그렇게만 얘기할 수는 없다. 함무라비 법전에서 출발한 인류가 현대의 형사소송법에까지 이른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형사절차가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양변: 나 역시 그렇게 공부하고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요즘 드는 의문이 있다. 신림역 사건이나 서현역 사건을 예로 들어 보자. 가장 고귀한 생명을 잃었거나 중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피해자가 있다. 그런데 이런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어떤 잘못이나 행위조차 한 적이 없고 이유가 무엇인지, 가해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신체와 이동의 자유를 일부 제한 받는 불이익 외에는 특별한 피해가 없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자면 생활고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면 보호의 대상은 생활고를 겪는 국민이어야 하고 범죄좌의 인권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보호의 수준이 생활고를 겪는 국민이 처한 상황을 넘어서는 안 된다.

남변: 언급한 사건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이다. 문제 제기 자체는 공감하지만 아까 얘기한 것처럼 형법은 불법의 크기에 따라 그 형을 규정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한계에서 오는 오류가능성과 정치적 악용가능성을 고려하면 엄격하게 절차를 규정하고 사형 같은 불가역적인 법익의 제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거대한 유기체인 사회 전체를 보자면 교화와 예방이 보복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양변: 눈 앞의 정의를 잃고 균형을 잃게 되면 전체 사회의 존속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권은 인간의 권리이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물리적 관점으로만 규정돼서는 안 된다. 사람의 가치는 그의 정신과 행위에서 비롯돼야 하고 그런 가치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 한다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할 수만은 없다.

남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희생된 피해자의 억울함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다운 정신과 행위의 경계와 판단은 명확하지 않고 그 판단 역시 쉽지 않다. 그런 어려움 때문에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격리하겠다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잠정적으로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 법의 정신이고 정의라 생각한다.




마치며



맡은 역할에 따라 얘기하면서도 '피해자나 유족이 입은 피해나 그로 인한 상실감과 고통에 비해 가해자가 입는 불이익, 일정 기간 동안의 신체의 자유의 제한이나 불편함을 비교했을 때 균형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남변)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고,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범죄가 발생하는 것에 한 개인의 잘못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도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양변).



남민준 변호사
양진석 변호사
공과대학을 졸업한 남민준 변호사(남변)는 다소 특이한 이력답게 변호사 본연의 활동 외에 '삼국지law', '귀를 쫑긋 세우고 왔습니다' 같은 연재를 통해 법률가의 관점에서 세상과 사람의 다양한 모습에 관한 글을 써 왔습니다. 양진석 변호사(양변)는 남변과 함께 사법연수원을 다니며 인연을 맺은 후 현재까지 함께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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