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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욕 들어도 "불기소" 끙끙…검찰이 달래고 화해 이끈다

서울고검 갈등치유팀, 22건 합의·항고 취하 성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A씨(20)는 지난해 5월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B씨(32)로부터 "사회성이 떨어지는 XX"라는 욕설을 듣고 B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한 상황이라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사건을 기소하지 않고 종결했다. A씨는 불기소 처분 직후 "사과를 받지 않으면 모멸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항고했다. 사건은 항고가 접수된 서울고검에서 올 2월 양측의 면담을 주선해 화해를 이끌어내면서 마무리됐다. B씨가 사과의 뜻과 함께 소정의 위로금을 전달하자 A씨도 "이제 다 잊고 일상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항고를 취하했다.

서울고검 갈등치유팀이 해결한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고검 갈등치유팀이 지난해 2월 설치, 운영된 뒤 이달까지 접수된 항고 사건 72건 가운데 22건이 합의·항고 취하됐다.

갈등치유팀은 서울고검이 형사부(부장검사 장동철) 산하에 설치,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항고사건에서 당사자간의 갈등과 다툼을 조정해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업무를 하는 팀이다. 항고 사건 중에는 가족이나 이웃 등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 층간소음, 주차 시비처럼 법적으로 처벌할 정도는 아니지만 당사자가 납득하지 못해 사적인 갈등으로 남는 사건이 적잖다. 갈등치유팀은 이런 상황에서 법률전문가의 중재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자는 뜻에서 설치됐다. 팀에는 검사 1명, 수사관 등 전담직원 2명이 근무한다.

A씨 사건에서도 당초 B씨는 사과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사가 완강했지만 갈등치유팀이 나서 역지사지의 마음을 권유하며 설득한 끝에 화해가 이뤄졌다. 검찰이 정형화된 법무행정의 틀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건 당사자들을 화해로 이끌고 관계회복을 중재한 셈이다. A씨의 변호인은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법적으로는 범죄요건이 부족해 사과나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사건에서 검찰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마음을 달래면서 사건을 조기 종료하고 사회적인 갈등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고검(왼쪽)과 서울중앙지검(오른쪽) /사진=뉴스1

자영업 이웃 사이에서 '간판 훼손' 때문에 생긴 불화도 갈등치유팀이 나서면서 해소됐다. C씨(48)는 지난해 5월 자신의 매장 간판에 메뉴판을 붙였다가 접착테이프 자국을 남긴 옆가게 주인 D씨(64)를 재물손괴죄로 고소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거치면서 매출 부진을 겪던 터에 예상 못한 손해를 본 C씨는 피해를 배상하라고 했지만 금액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D씨를 송치했지만 서울서부지검은 "간판의 효용을 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C씨가 항고하자 갈등치유팀이 나서 중재하면서 D씨가 간판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사건이 원만히 해결됐다. C씨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잘 해결돼 화났던 심정이 누그러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진돗개를 만졌다가 어깨 등을 물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견주를 과실치상죄로 고소한 피해 사건도 갈등치유팀이 해결을 중재 중이다. 견주가 진돗개 목줄에 '만지지 말라'는 뜻의 표식을 걸어뒀고 개를 만지려던 피해자를 만류한 점이 확인돼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피해자 E씨가 항고한 사건에서 갈등치유팀이 치료비 문제를 조율 중이다. E씨는 "검찰이 원만한 소통을 도와줘 감사하다"며 "검찰이 TV에 나오는 것처럼 권위가 높은 기관이 아니었다는 점을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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