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이 보도된 뒤 공군에 비판적인 여론을 뒤집기 위해 이 중사와 통화한 다른 군 간부에게 녹음 파일을 요구한 공군 간부들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공군 정훈공보실 공보장교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A씨는 2019년 12월부터 공군 공보·정훈 업무를 총괄했고, 공군참모총장을 대신해 공보 관련 자료를 승인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B씨는 2020년 12월부터 공군 공보과에서 공보 계획 담당으로 근무하며 각종 사건·사고 등을 보고받고 언론 보도계획을 세우는 일을 했다.

2021년 5월 이 중사가 숨진 뒤 다수의 관련 뉴스가 보도됐다. 이 과정에서 '공군이 이 중사를 보호하지 않았다'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뒤에는 공군을 비난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군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 등은 같은해 6월3일 여론을 뒤집기 위해 논의를 했고, 이 중사와 통화했던 다른 군 간부인 C씨의 녹음 파일을 확보해 다른 언론사에 보도하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녹음 파일 제공 요청을 받고 자신이 피해를 입을까봐 거절했다. B씨는 C씨에게 "나는 네가 제출한 것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군 내부에서 새어 나가 걸로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C씨 소속 대대장과 동기임을 내세우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제20전투비행단 단장에게 전화해 C씨가 녹음 파일을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C씨 녹음 파일을 근거로 기존 뉴스와 달리 '이 중사가 강제추행 사건으로 부대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한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군검찰은 "A씨와 B씨가 공모해 공보활동과 관련한 직권을 남용함으로써, C씨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됐다"며 기소했다. 군검찰은 B씨 등과의 대화 과정에서 C씨가 압박을 느껴 녹음파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보통군사법원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군검찰이 항소했지만, 서울고법 2심 결론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A씨 등은 기존 뉴스 내용을 접했을 당시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인식했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A씨 등이 오보 여부에 대해 군 수사기관을 통해 면밀히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은 다소 부적절하다"며 "그러나 오보를 바로잡겠다는 주된 인식에 기반해 C씨에게 자료를 요청한 것이므로 직권 행사의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B씨가 신원 노출을 우려해 녹음 파일 제출을 우려한 C씨에게 비밀 보장을 약속하면서 협조를 구한 방법이 부당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대대장이나 비행단장을 C씨에게 자료제공에 동의하도록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보 담당 간부의 권한을 남용한 게 아니다"라며 "피고인들의 지위나 직책,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일부 부적절한 절차나 방법을 택했을지라도, 그 위법함과 부당함의 정도가 본래의 직무 수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