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25일 오전 대전고법 로비에서 박경귀 아산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선거 직전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박경귀 아산시장이 일단 시장직을 이어가게 됐다. 대법원이 해당 판결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결하면서다.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박 시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시장이 선임한 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 통지를 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은 지난해 6월5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항소했다. 이 과정에서 선임된 국선변호인에게는 소송기록접수 통지서가 송달됐다. 박 시장은 '폐문부재'로 통지를 받지 못했다. 박 시장은 6월27일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고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7월6일 박 시장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송달하면서도 사선 변호인들에게는 하지 않았다. 이 상태로 공판을 진행해 박 시장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법원이 기록을 송부받은 때에는 즉시 항소인과 상대방, 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송달해야 한다. 항소인이나 변호인은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내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며, 항소심은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사선 변호인에 대한 소송기록접수 통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상 항소 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심 구조상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나지 않고서는 사건을 심판할 수 없다. 원심은 소송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판결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은 2022년 6월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박 시장은 선거에서 승리할 목적으로 선거 직전 경쟁 상대인 오세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시장은 선거를 6일 남기고 캠프 관계자들에게 '오 후보 원룸 건물 허위 매각'이라는 성명서를 작성·배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시장 캠프에서는 이 지시에 따라 '오 후보가 2018년 원룸 건물을 매입했는데, 2021년 LH 사전 투기 의혹이 발생했을 때 오 후보가 부동산을 허위 매각하고 재산을 은닉한 의혹이 짙다'는 등의 내용을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성명서 내용은 허위로 드러났다.

1심은 박 시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인이 선거법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 당시 항소를 기각한 2심 재판부는 "박 시장은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고자 했으며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소송기록접수 통지를 받기 전 선임한 변호인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보내지 않으면 소송 절차 위반이라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했다"고 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앞선 절차 미비를 정비한 뒤, 박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리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