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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식 검사' 5년 쫓아 잡았다…보이스피싱 합수단의 '진짜 검사'

김수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 단장(부장검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합동수사단은 수사가 중단된 미제 사건도 끝까지 파헤쳐 보이스피싱 조직을 붙잡겠습니다."

김수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단장(부장검사)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합수단은 2022년 7월 출범 이래 수년간 미제였던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조직원 수십명을 검거했고, 보이피싱 사건 피의자에게 역대 최장기형 선고를 받아내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2월 보이스피싱 조직원 19명을 구속기소,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이른바 '한강식 검사 사칭 사건'으로 불린다. 조직원들은 2017~2019년 중국 다롄·칭다오에서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를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쇼핑몰 직원·경찰·검사로 역할을 나눠 범죄를 저질렀다.

조직원들은 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결제됐다'는 허위 문자를 보낸 뒤 경찰에 신고해주겠다고 속였다. 경찰을 사칭한 조직원이 피해자들과 검사를 사칭한 또다른 조직원이 통화하도록 연결하면 이른바 '한강식 검사'가 피해자들에게 "은행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잔액을 국가안전 계좌에 맡기면 수사가 종료된 뒤 돌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빼돌렸다. 한강식 검사는 영화 '더 킹'에서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극중 인물이다.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사진제공=서울동부지검

'한강식 검사'에게 2년 동안 돈을 뜯긴 피해자는 총 58명. 피해 금액은 29억원에 달했다. 2019년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수사기관은 조직원 중 3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이들은 범죄 혐의를 부인했고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다.

합수단은 끈질지게 이들을 다시 추적했다. 지난해 1월 재수사에 착수해 조직원들의 통화내역과 인터넷 접속 이력을 분석하고 현장 잠복을 통해 전국 각지로 도주한 조직원들을 붙잡았다. 수사를 시작한 지 5년만의 성과였다. 이렇게 적발한 조직원은 총 27명이다. 이들 중 19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단장은 "IP 추적, 범죄수익 계좌추적 등을 통해 미해결된 과거 사건을 끝까지 추적해 자짓 묻힐뻔한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고 조직원들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김수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 단장(부장검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필리핀 거점 보이스피싱범에 '징역35년' 철퇴


합수단의 노력으로 보이스피싱 범인들에겐 중형이 선고되는 추세다. 합수단이 체포한 민준파' 총책 최모씨(30대·남)는 지난해 법원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보이스피싱 범죄 사상 가장 무거운 형량이다. 최씨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활동하면서 500여명으로부터 100억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단순사기죄로 송치된 사건을 지나치지 않고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의 '상습성'을 입증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한 결과였다.

김 단장은 "그동안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웠다"며 "합수단은 출범 초기부터 처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신경을 썼고 2022년 8월 강화된 보이스피싱 사건처리 기준에 따라 엄정 구형해 이런 선고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합수단의 수사 원동력 '전문가들의 협업'


합수단이 2022년 12월1일 오전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이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법죄에 사용된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합수단은 마약사범과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을 수사한 결과 부산 조폭단체 '동방파' 두목과 '칠성파' 행동대원 등 국내외 총책 등 총 30명을 입건하고 8명을 구속기소,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단순 현금수거책만 불구속 송치된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국내 총책 등의 마약범죄 사실을 확인 및 마약류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스1

합수단은 검찰청·경찰청과 함께 금융수사협력팀(국세청·관세청·금감원·방통위·출입국관리사무소·국정원) 소속의 전문인력 56명으로 구성됐다.

김 단장은 "합수단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초기 압수수색부터 구속에 이르기까지 합동수사를 진행하는 데다 금융수사협력팀까지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지원한다"며 "각각 보유한 수사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활용하기 때문에 자칫 묻힐 수 있는 사건이나 추가 피해를 확인하는 데 용이하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과 협력해 피해금 세탁을 역추적하고 피해를 효율적으로 특정하는 수사기법도 합수단에서 개발한 시스템이다. 이렇게 누적된 수사기법과 범죄 DB(데이터베이스)는 또다른 합동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김 단장은 보이스피싱 범죄와의 전쟁은 날로 교묘해지는 범죄 수법과 이를 추격하기 위한 수사기법의 첨단화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보이스피싱 범죄는 공공자전거에 가짜 QR코드를 붙여 피싱을 유도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를 상대로 아르바이트나 부업 제안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악랄해지고 있다.

김 단장은 "'의심하고 끊고 확인하세요'를 기억해야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상대방이 어떠한 명목이든 돈을 요구한다면 상대방을 의심하고 전화를 끊은 뒤 다른 전화기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2019년 6398억원에서 2021년 7744억원까지 늘었다가 합수단 출범 이후 2022년 5438억원, 지난해 4472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합수단은 출범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집단 총 361명을 입건하고 123명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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