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공의 집단행동을 조장했다며 정부로부터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측이 법정에서 정부 측과 공방을 벌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4일 박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박 위원장 측 대리인은 전공의 사직서 제출과 의대생 휴학이 당사자들의 독자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 측은 "비대위는 2월9일 구성됐고, 전문의 사직서 제출은 이미 그 이전인 1월부터 협의가 있었다"며 "집단행동 교사도 아닌 '조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이유로 행정처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으면 면허 정지는 본안 전에 확정되고 의미 없는 사건이 돼버린다. 실질적으로 행정 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다툴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전에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있던 당시에도 형사 처분이나 재판 결과를 보고 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 측은 "(면허 정지) 처분이 확정된다면 정부 정책이 옳다고 사법부가 손을 들어준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 소지가 크다"며 "의협 비대위의 정당한 정치적 발언 등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면허가 정지되면 의협 비대위 활동을 이어갈 수 없어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 측은 "면허 정지되면 의협 임원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사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의협 사이 양쪽을 중개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사람이 자격을 상실하면 굉장히 손해"라고 밝혔다.

복지부 측은 박 위원장 측 주장이 추상적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측 대리인은 "신청인 측이 의협 임원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저희가 찾아본 바로는 면허 정지만으로 (의협) 회원 자격을 상실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신청인의 집단행동 조장은 환자가 치료받지 못해 생명 잃는 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며 집행정지가 인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전공의 집단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 위원장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에게 면허 정지 행정처분 통지서를 보냈다. 면허 정지 기간은 오는 15일부터 3개월간이다.

재판부는 면허 정지 효력이 시작되는 오는 15일 전까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