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성인이 된 후 10년이 지나면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부간 협의나 가정법원 판단이 있기 전이라면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13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A씨(87)가 전 남편 B씨(85)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와 B씨는 1971년 7월 혼인신고를 마치고 1973년 11월 아들 C씨를 낳았다. A·B씨는 1974년경부터 별거하기 시작해 1984년 이혼이 확정됐다.

A씨는 별거 이후부터 C씨가 성년이 된 1993년 11월까지 약 19년간 홀로 C씨를 키웠다. A씨는 C씨가 성년이 된 때로부터 약 23년이 지난 2016년 B씨를 상대로 1억1930만원 상당의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측은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민법상 일반채권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C씨가 성년이 된 1993년부터 10년이 흐른 2003년 내에 소를 제기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취지다.

1심은 소멸시효 10년을 인정하지 않고 B씨가 A씨에게 양육비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과거 양육비 청구권이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2011년 대법원 판례를 들어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돼 양육비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고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다가 자녀가 성년이 된 때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은 7인의 다수의견으로 원심을 확정해 2011년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은 자녀복리를 위한 양육비 성질상 권리 소멸시효는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해야 하고, 지급 청구 권리도 이때부터 발생한다고 봤다.

대법은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부부 사이에는 어느 일방이 과거에 자녀양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서로 정산하는 관계만 남게 된다"며 "이때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친족법상 신분으로부터 독립해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어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면 과거 양육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권리를 행사한 사람보다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