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정계선(더불어민주당 추천)·조한창(국민의힘 추천) 재판관 2명을 임명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헌재는 탄핵심판 심리와 결정 정족수가 충족됐다.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재판관 후보가 아직 임명되지 않아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채워지진 않았지만 탄핵심판 심리와 결정 등에서 법률적인 요건은 갖추게 된 셈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따르면 법률의 위헌결정이나 탄핵결정, 정당해산 결정 등 주요 심판의 경우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헌재가 지난달 이진숙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탄핵심판 사건에서 6명의 재판관으로도 심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결정까지 할 수 있는지를 두고선 헌법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헌법재판과 8인 체제를 두고도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중대성을 고려하면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할 수 있을 때까지 결정을 미뤄야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일부 의견이 있지만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심리 도중 재판관 1명의 임기가 끝나면서 8명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거듭 밝혔던 만큼 신임 재판관들도 곧바로 심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 오는 1월3일을 2차 변론준비기일로 예고한 상태다. 헌재는 지난 27일 진행된 첫 변론준비절차에서 국회가 제시한 5가지 탄핵사유를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 △계엄포고령 1호 발표 행위 △군·경찰 동원 국회 방해 행위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 4가지로 재정리했다.

두번째 절차에선 최종적으로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증인 채택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가 낸 쟁점과 증거에 대한 의견, 증거·증인 신청서 등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이 합류하면서 헌법재판관 8명은 진보 3명(문형배·이미선·정계선), 중도·보수 5명(김복형·김형두·정정미·정형식·조한창) 구도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선출한 마은혁 재판관 후보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 최 권한대행이 최종 임명하게 되면 진보 성향 재판관이 4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중도·보수 성향의 4명 재판관에서도 1명은 보수에 좀더 방점이, 나머지 3명은 중도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한 뒤 180일 안에 심리, 결정해야 한다. 다만 법조계에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내년 4월18일 퇴임하기 전에 헌재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헌재가 탄핵심판 심리·결정 정족수를 채우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외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나머지 9건의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헌재는 이중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