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1심 선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7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관련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 대표에 대해 8일 이같이 판결했다. 송 대표에 대해 내려졌던 보석은 판결 선고와 함께 취소됐다.

재판부는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가 송 대표를 위해 △조직관리 △정책개발 △홍보 △후원회원 관리 △여론조사·조찬모임·수행기사 비용대납 등을 외곽에서 수행한 정치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송 대표가 약 2년간 먹사연을 통해 수수한 정치자금의 액수는 합계 7억63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이라며 "비영리법인·지정기부금단체 등 제도를 정치자금법 회피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과거 정치자금을 교부받은 사실로 처벌받은 적이 있어서 자금모집 한도뿐만 아니라 규제취지와 폐해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며 "자신은 후원금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대표 측에서 직접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후원자들의 사업현안을 해결해준다고 약속하면서 후원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며 "비록 먹사연이 외곽 정치조직으로 활동했지만, 선거 이후 없어지는 허울뿐인 단체로 보이진 않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송 대표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의 소각장 증설 민원을 해결하는 대가로 2021년 먹사연 후원금 4000만원을 뇌물로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이날 무죄 판단을 받았다. 두 사람이 돈을 뇌물이라고 인식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2018년부터 송 대표의 정치활동을 도울 목적으로 먹사연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왔다"며 "송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직전엔 오히려 후원금 액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돈을) 후원활동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2021년 3~4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자신의 당대표 경선캠프가 국회의원·지역본부장에 돈봉투를 살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수사의 발단이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파일'이 위법수집 증거여서 송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 전 부총장이 휴대전화 3대를 임의제출하자 녹취파일을 추출, 송 대표를 향한 수사에 착수했다. 재판부는 이날 "임의제출을 받는 수사기관은 압수할 전자정보의 범위를 명확히 특정해야 한다"며 "검찰은 전자매체를 수색하다가 별건을 발견한 경우에 대한 준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적어도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중 알선수재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으로서 이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