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처음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 군을 투입시켰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탄핵심판 증인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과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 점검을 해 본 결과를 토대로 "선관위 보안 수준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놀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인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부정선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백 전 차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중앙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 외부로부터 내부 시스템으로 침투할 수 있는 그런 여러 문제점 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백 전 차장은 취약점의 기술적인 근거를 설명하며 "인터넷에서의 업무망과 선거망이 각각 독립적으로 분리돼 운영돼야 함에도 망 간에 연결되는 접점이 있었다"고 했다. 선관위의 인터넷 업무망과 선거망이 연결되는 점이 존재해 외부로부터 내부 시스템 침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점검 당시 가상 유권자의 투표까지 사전 투표에 집계하게 하는 이른바 '유령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점검에서) 시행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선거인 명부에 가상 인물을 추가하고 이름과 주민번호를 딴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사전투표장에 가져가면 본인확인도 가능하고 투표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다만 백 전 차장은 국회 측이 "해킹 가능성이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려면 훨씬 더 어려운 조건들이 있다"고 말하자 "부정 선거와 관련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저희가 본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헌법재판관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김 사무총장은 백 전 차장의 증언과는 배치되는 증언을 했다. 국정원 보안 점검 결과 미비하다고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개선 조치를 완료했고 결과적으로 보안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또 보안 수준이 낮은 것이 곧 부정선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사전투표를 운용하면 통합선거인명부는 서버의 도움을 받아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서버가 공격을 받아 조작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가능해지면 그 자체로 선거는 무효"라며 "그렇기에 저희 입장에서도 선관위 서버 보안 문제가 중요한 것이고 마침 국정원에서 같은 내용을 점검한다고 해 이해관계가 맞아 진행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 점검 이후 정부에서 상당한 돈을 지원해 선거 서버를 개선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22대 총선이 치러져 저희 입장에서 계속적으로 서버와 관련된 부정선거 주장이 이어진다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밖에 김 사무총장은 "보안 점검 당시의 모의 해킹 환경에서 외부에서 내부 선거망으로 접속해 투·개표 데이터 조작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데이터 조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거인 명부는 선관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이 확정해 저희에게 자료를 주도록 돼 있다. 그러니까 그 자료는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 저희가 서버에 있는 자료를 변경했을 때 양쪽을 맞춰 교차검증하면 그대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윤 대통령이 과거 "많은 양의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제가 보고 받기에는 (가짜 투표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들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이 "중국이 타국 정치에 개입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하며 중국의 선거 개입설에 대한 질의를 했으나 신 실장은 즉답을 피했다.

신 실장은 윤 대통령 측이 중국이 타국 정치에 개입한 실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 개입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