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로고./사진=뉴시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배출 수를 줄이자는 취지의 집회 및 시위에 참여한 시간을 공익 활동으로 인정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두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해당 집회와 시위에 간 것을 공익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변협은 지난 4일 전국 변호사들에게 '변호사 배출 수 감축을 위한 정부과천청사 앞 1인 시위·대규모 집회 참여 요청'이라는 메일을 보내 시위 참석을 제안했다. 변협은 "금번 1인 시위 및 집회는 참여시마다 공익 활동을 인정해 드릴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변협은 지난 7일부터 오는 25일까지 1인 시위를, 오는 14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각각 정부과천청사에서 연다.

변호사법 제27조는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 활동에 종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 등을 소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업의 특성상 공익 활동을 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통상 변호사들은 각 지방변호사회 지침에 따라 연간 20시간 이상의 공익 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변호사 배출 수 감축 집회 및 시위에 참석하는 행위를 공익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변호사 배출 수 조정은 변호사 개인들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다. 대한변협은 2022년에도 변호사 배출 수 감축 집회 및 시위에 참석한 변호사들에게 공익 활동 시간을 인정해준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에 "이전에도 변호사 수 배출 관련 시위 참여를 공익 활동으로 인정해준다는 말이 있어 다소 논란이 된 바 있다"며 "당시에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제도가 유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변호사는 "변호사 수 감축은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고 예민한 문제"라며 "그와 별개로 한 직업군의 이해관계가 달린 시위를 공익으로 볼 수 있는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법관 평가 활동 등 딱히 공익적인 활동이 아닌 것을 공익 활동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가 기존에도 많았다"며 "공익 활동 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징계를 받는 것이 아니라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변호사들도 많다"고 했다. 이 밖에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으니 공익 활동 점수를 부여한 것 아니겠느냐"며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변호사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 대한변협 관계자는 "(공익 활동 점수 제공은) 회칙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협 공익활동 등에 관한 규정 제2조 4항은 '이 회 또는 지방변호사회가 지정하는 공익 활동 프로그램에서의 활동은 공익 활동으로 인정된다'고 규정한다. 각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협이 어떤 행위가 공익 활동인지 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관계자는 "'밥그릇 싸움 아니냐'라고 생각하고 있는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집회를 여는 것이기에 (이번 시위도) 공익 활동이라고 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변호사 배출 수 감축은 새 대한변협 집행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대한변협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뒤부터 변호사가 과잉 공급돼 수임 경쟁, 법률서비스 질 저하 등이 초래됐다는 입장이다. 변협은 매년 1700명을 웃도는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120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개업 변호사 수는 로스쿨 제도 도입 첫해인 2012년 1만2532명에서 지난해 3만525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