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자동차 배기가스 평균 배출량이 기준을 초과한 한 업체에 4일만에 해소하라고 명령한 환경부에 법원이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처분해야 한다며 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합의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자동차 제조·판매회사인 A사가 환경부를 상대로 낸 상환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지난 3월13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환경부는 A사에 2020년 배출가스를 차종별로 평균한 값인 평균 배출량이 기준을 초과했다며 2023년 12월에 '올해까지 상환을 완료해야 한다'는 상환명령을 내렸다. 상환계획서는 바로 다음 해인 2024년 1월12일까지 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통지했다. 미국과 유럽의 기준 연비 산출 방식인 CVS-75 평균 배출량 초과분이 66.8078g/km 발생한 게 문제가 됐다.

대기환경보전법 제50조의 2항과 3항은 '해당 연도의 평균 배출량이 평균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자동차 제작자에 대해 그 초과분이 발생한 연도부터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초과분을 상환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제71조의3 제2항은 환경부에 '자동차가 평균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경우 그 초과분을 다음 연도 말까지 상환하도록 명령해야 하지만 2016년부터 발생한 초과분은 그다음 해부터 3년 이내에 상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A사는 이런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재판에서 "환경부의 처분은 불과 3~4일 만에 2020년도 평균 배출량 초과분을 모두 상환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이행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균 배출량 초과분 발생 시점이 아닌, 상환명령 시점부터 3년 이내에 평균 배출량 초과분을 상환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2020년도 평균 배출량 초과분을 2023년도까지 상환하라고 명한 것은 위법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대기환경보전법에 비추어 볼 때 2020년도 평균 배출량 초과분에 대한 상환은 그다음 해부터 3년인 2023년까지 상환해야 한다고 해석된다"며 "환경부는 위 규정에 따라 2023년을 상환명령의 이행 종기로 정해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처분이 완전한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법에 위반되지 않고 공익에 적합하여야 하며 실현가능해야 하고 불명확하지 않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2023년 12월27일 이 사건 처분하면서 원고에게 2023년 말까지 평균 배출량 초과분을 상환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런 상환 방법과 이 사건 처분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약 4일 만에 상환명령을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기환경 보전법령은 상환명령을 받은 자동차 제작자가 먼저 피고에게 상환계획서를 제출하고 환경부에게 그 상환계획의 적절성을 판단 받은 다음 상환계획서에 따라 상환명령을 이행하는 구조"라며 "원고에게 상환계획서 제출 전 상환명령의 이행 완료를 요구한 것을 보더라도 이 사건이 명한 상환 명령의 내용이 실현 가능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원고가 현실적으로 이 사건 처분 이행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명하고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