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다음달 2일 공식 출범과 동시에 김 여사를 둘러싼 16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다. 법조계에서는 조만간 김 여사의 소환 일정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전날 검찰 등으로부터 김 여사 사건 일체를 넘겨받아 자료 검토에 착수했다. 사건별 수사 진척도에 따라 어떤 사안은 곧장 수사에 돌입하고, 어떤 사안은 사실관계 보강부터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진 특검보는 지난 26일 "어떤 건은 이미 무르익었고 어떤 건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순서를 정해 두지 않고 무르익으면 즉시 액션을 취하겠다"고 했다. 이는 김 여사를 혐의별로 수차례 소환해 조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법조계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사건처럼 수사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조만간 김 여사에게 소환을 통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처럼 결론이 난 사건은 이미 증거가 쌓여 있어 바로 부를 수 있다"며 "반면 수사가 시작 단계인 나머지 혐의는 먼저 사실관계를 더 보강한 뒤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몇 차례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서 주요 피의자는 증거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판단될 때 부른다"며 "진술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계산해 영장 청구가 가능할 정도로 수사를 마친 뒤 부른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만 김 여사 소환 일정을 둘러싼 신경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김 여사는 우울증 등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검찰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입원 11일 만에 퇴원한 김 여사는 변호인을 통해 "특검의 정당한 소환 요청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정·장소를 미리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소환을 두고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불거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했다. 이에 특검은 사건을 넘겨받자마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28일 소환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후 소환 일정을 두고 양측은 공방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