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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브리핑에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고 공기업집단은 제외,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및 공시의무 대상집단은 현행 5조원 유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원용 38개 타법령 개정효과 발생,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에 대한 재검토 기한 설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발표했다. 왼쪽부터 신영선 사무처장, 김병근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정책국장, 원동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 사진제공=뉴스1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계열회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관련규제나 공시의무 부과 등 사후규제에 적용되는 대기업집단 기준은 종전대로 5조원대로 유지된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기준 상향을 위해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사후규제 관련 사항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은 9월까지 완료하고 법개정은 10월까지 국회에 관련안건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변경시키는 게 과연 옳은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국내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단지 현행 법 체계상 관련규정이 시행령 사안이라는 이유로 국회심의를 거치지 않고 기준이 상향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문제제기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시행령으로 규정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원용하는 법률은 크게 사업제한, 주식소유제한, 혜택배제 등 4개 부문에 걸쳐 38개에 달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규제완화 효과가 발생하는 법률이 38개에 달한다는 얘기다.
사업제한 부문에서는 대기업집단이 보유한 면세점 수를 제한토록 하는 관세법을 비롯해 공공발주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산업법 등 10개가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기업에 대해 주식소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로는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주식에 대한 지분제한을 규정한 은행법, 금융지주법 등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규제가 자동적으로 완화되는 법률만 해도 은행법, 금융지주법 외에도 자본시장법, 방송법 등 7개에 달한다.
이외에 사업재편에 필요한 자금의 보조융자 지원을 배제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이나 대기업에 대해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비율을 줄이는 등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등 15개 혜택배제 법안과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를 중소·중견기업 범위에서 제외토록 하는 등 내용의 중소기업법, 중견기업법 등이 있다.
이같은 대폭변경을 수반하는 조치는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지정제도는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라며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이후 기준변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린 바 있다.
하지만 시행령 조항 하나로 수십여 법령에 걸친 규제를 일거에 완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만 착목한 채 이를 규제로 인식할 게 아니라 규율체계 전체의 관점에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사전적 규제와 여타 일반적 규율장치의 사후적 감독사이의 상호보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재설계의 구체적 내용을 검토하려면 단순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기준을 원용하고 있는 38개 법령은 그 제정목적도 다르고 적용대상 산업·분야의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규제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음에도 굳이 공정거래법상 기준을 준용해 온 것이 문제"라며 "이를 일괄적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며 각 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지정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적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해당산업 및 관련분야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결론을 내리도록 하고 공정거래법과 38개 법령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법령개정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일정대로 시행령과 법률개정을 추진할 경우 불가피하게 규제공백이 발생하고 규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법령체계상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은 당연히 시행령 개정사항"이라며 "과거 자산총액기준이 1조원에서 2조원, 5조원으로 상향되는 과정 역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여건을 반영해 (규제변화 필요성에) 신속히 대응하고 미세적으로 조정할 부분은 적절히 조치하는 등 취지를 위해서는 시행령으로 기준을 정하는 게 맞다"며 "다만 총수사익 편취규제 등 사후적 차등적 규제를 가능케 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검토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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