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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토막살인사건' 피의자 조성호(30)가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경찰서에서 호소차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
최근 살인·강간 등 흉악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피의자 얼굴 공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얼굴 공개 대상이 되는 흉악범 기준을 놓고 경찰 내부에서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경기도 안산 토막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30)에 대해선 얼굴을 공개했지만 어버이날 친부를 살해한 남매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달 초 브리핑에서 "흉악 강력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법 전문가들은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사건별로 피의자 얼굴 공개가 제각각 이뤄지면 자칫 차별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제한적 공개'와 '비공개'를 두고는 의견이 나뉘었다.
◇ "무죄추정의 원칙, 무죄 추정 권리 아냐…제한적 얼굴 공개해야"
흉악범에 대한 제한적 얼굴 공개를 주장하는 변호사들은 피의자의 인격권보다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 등에 초점을 맞췄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죄질이 좋지 않은 강간이나 살인 등의 범죄를 어느 정도 제한적으로 열거해둬 범죄자가 자백을 했거나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경찰청장이 시민위원회 등과 협의해 얼굴을 공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는 경찰의 가이드라인 마련과 관련, "피의자 얼굴 등 정보공개 기준·범위를 명확히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을 통해 피의자 신상정보에 대한 법원의 결정권을 부여해야한다고 했다.
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규정을 들어 "강력 범죄 피의자의 얼굴 공개에 대한 근거규정은 지금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으로 흉악범에 대한 분노가 높은 상황에서 국민의 정서와 법이 따로 놀수는 없다며 법치와 사법에 대한 권위를 위해서라도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얼굴 비공개를 주장하는 쪽에 대해선 헌법상 모든 기본권은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이뤄진 신상 공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의자의 기본권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형사소추 됐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가해선 안된다는 것에 불과하고 '무죄로 추정될 권리'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라는 얘기다.
◇ "연좌제 금지에 반해…피의자 얼굴 공개 반대"
◇ "연좌제 금지에 반해…피의자 얼굴 공개 반대"
피의자 얼굴 공개에 부정적인 법 전문가들도 많다. 이들은 피의자의 얼굴 공개는 국민의 공분을 분출하고, 비난 욕구를 해소하는 방편에 불과할 뿐 국민의 준법정신 증진에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피의자 가족에 대한 인권침해와 낙인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청조)는 "헌법은 연좌제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며 "피의자의 얼굴 공개로 그 가족에 대한 실질적 연좌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피의자 신상공개로 그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의 신상이 노출될 가능성이 큰 데 이를 보호할만한 장치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만큼 얼굴 공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류한호 변호사는 "헌법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매우 적은 빈도이긴 하지만 때때로 진범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며 "피고인의 지위도 아닌 피의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 수사기관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됐다는 이유로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피의자 얼굴 공개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또 흉악범이라고 해도 범죄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보호도 지켜져야 할 가치라고 반대 이유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피의자의 얼굴 공개가 본질이 아니라 특정 범죄행위가 어떤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공공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필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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