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일인 6월 23일(현지시간)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 파운드를 환전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사진=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15년12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시 존치 찬성측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법고시 존치와 관련해 열린 이날 간담회는 대한변호사회,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대한법학교수회, 고시생모임, 전국법학과대학생연합 등이 참석했다./사진=뉴스1

2015년 12월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로스쿨 법무부 규탄대회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사법개혁 원안 유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법시험 1차는 사실상 폐지됐다. 내년엔 남은 2차시험도 마지막이다. 

하지만 아직 사법시험을 유지하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집행부, 사시 수험생들, 로스쿨이 설치 안 된 법대 교수들이 사시존치 활동에 매달려 있다.

이들은 사시 존치의 명분으로 흔히 '국민의 뜻'이나 '여론조사'를 내세우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사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시존치 유도 설문으로 논란 자초한 법무부

지난 12월 법무부의 '사시 4년 유예안' 발표는 법조계 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요란하게 뒤집어 놓았다. 뜨거운 논쟁을 불러 온 4년 유예안의 근거로 법무부가 내놓은 건 달랑 '설문조사'였다. '숫자'로 표현돼 이해하기 쉬운 설문조사 결과는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어 찬반 양론이 있는 경우 논거로 자주 이용된다.

그런데 법무부 설문조사는 문제투성이였다. 4년 유예안 발표로 논란이 커지자 바로 열린 국회 법사위 현안보고에서 김현웅 장관은 부실한 설문조사에 대해 추궁당했다.

당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법무부 설문조사 문항이 편파적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설문에는 '사법시험은 누구에게나 응시 기회가 부여되고, 수십 년간 사법연수원과 연계하여 공정한 운영을 통해 객관적 기준으로 법조인을 선발하여 왔기 때문에 합격자를 소수로 하더라도 사법시험을 존치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친절하게 붙어 있어 사실상 '사시존치' 찬성 답변을 유도하고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반면 로스쿨에 대해선 '로스쿨 도입은 그 당시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되었고, 로스쿨 제도의 운영성과가 불확실한 현 상태에서 사법시험 폐지는 시기상조이므로 좀 더 실시해본 뒤 계속 존치 여부를 논의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라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면서 법무부 4년 유예방안이 좋은 것이라 전제하면서 질문했다"고 김 장관을 몰아 세웠다. 

설문이 편파적이라는 서 의원의 지적에 김 장관은 "여론조사업체와 법무부가 협의하에 문항과 방법, 시기 등을 정해서 했고 다른 기관이 발표한 관련 여론 조사결과와 (사시존치 찬성 비율이) 비슷하게 나온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결국 사시존치를 유도하는 식의 문구가 포함된 문항을 사실상 법무부가 만든 것임을 인정했다. 김 장관의 답변대로 언론사 등이 실시했던 사시존폐 관련 여론조사가 이미 압도적으로 사시존치가 다수였다면, 굳이 법무부가 사시존치를 유도하는 무리한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할 실익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객곽적인 문항으로 조사했다면 법무부 설문은 오히려 공신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답을 미리 정해 놓은 듯한 설문을 실시해 스스로 객관성을 포기하고 기관 의견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스스로 드러냈다. 유예안을 발표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쓸 '숫자'를 만들기 위한 '주문용역형' 설문조사로 법무부는 85.4%의 사시존치 찬성 답변을 유도해 냈다. 

◇국민투표로 해결하자는 사시존치측

영국은 '국민투표'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퇴)를 결정했다. 사시존치를 원하는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커뮤니티에는 사시존폐 '국민투표'를 하자는 얘기가 반복된다. 국민투표로 가면 무조건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달 24일 영국인들이 구글검색으로 많이 질문한 건 'EU가 무엇인가'(What is the EU)였다. EU탈퇴에 표를 던진 영국인 다수가 'EU가 무엇인지 탈퇴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었다는 뒤늦은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만약 일부의 바람대로 사시존폐여부를 '국민투표'로 부치면 어떻게 될까. 현재 여론 분위기로는 그들의 뜻대로 '사시존치'가 '사시폐지'보다 표를 더 얻을지도 모른다. 로스쿨을 둘러 싼 소위 '금수저' 논란 등이 대중에겐 수십년간 익숙했던 '사시 성공담'에 대한 향수와 '구관이 명관'이란 인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국민들은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영국인들이 '브렉시트'에 대해 잘 모르고 투표했듯 사시와 로스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포퓰리즘에 휩쓸려 투표하는 모습이 나오진 않을까. 

'사법고시'라는 시험은 없다. 그런데 아직도 '사법시험'을 '사법고시'라 부르는 게 일반 국민의 사시에 대한 인식수준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 '한국 로스쿨'의 공식 명칭이라는 걸 제대로 아는 이도 드물다. 사시와 변호사시험의 차이점, 양 제도의 법를가 양성 비용,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들은 법조계에서도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