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 사진=뉴스1

'소송 사기'를 통해 2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70)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65)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 전 사장을 구속기소했다.

기 전 사장은 롯데케미칼에서 근무할 당시 허위 회계자료로 법원과 국세청을 속여 총 207억원대 세금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기 전 사장은 2004~2007년 롯데케미칼 부사장과 사장으로 근무했으며 2010년까지 롯데물산 사장을 지냈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KP케미칼의 모회사는 분식회계로 처벌을 받았다. 당시 장부에 기재된 KP케미칼의 자산은 1512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로 기재된 내용이었다.

롯데는 KP케미칼을 인수할 당시 허위로 기재된 자산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이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감가상각을 반영해 세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행정소송 등을 냈다.

롯데케미칼은 이 소송에서 이겨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로부터 270억원의 세금을 부당 환급받았다. 검찰은 기 전 사장의 재직 시절 돌려받은 세금만 추려 207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65)도 이 소송사기에 관여했다고 보고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허 사장은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에 수수료 명목으로 200억원을 부당 지급하고 1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허 사장을 소환하기 전 일본 모처로부터 거래 관련 자료 등을 넘겨받았다. 앞서 일본 롯데물산 측은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검찰 요청을 거절해왔다. 주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였다. 롯데케미칼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허 사장이 세무법인 대표 A씨를 통해 세무당국 관계자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도 확인 중이다. 검찰은 허 사장이 세무조사를 무마할 목적으로 로비를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범행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 그룹 정책본부의 지시 하에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 사장은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신 회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