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건에서는 범행 당시 가해자의 정신 상태에 따라 형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의 정신 병력이 중요시 되는 경우가 많다.

형법 제10조는 가해자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경우 또는 그런 능력이 일반인들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에는 형을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모를 살해한 뒤 자신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주장한 20대 남자에게 대법원이 정신적 장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례(2010도14512)가 있다.

2009년 12월 집에서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A씨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골프채 등을 이용해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하고, 그 사실이 발각될까봐 어머니까지 흉기로 살해했다.

검찰은 A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행 당시 정신분열증 내지 간헐적 폭발성 장애가 있었다"며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 역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이라며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런 성격적 결함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일반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그 정도를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라고 까지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라도 그것이 매우 심각해 원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로 인한 범행을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볼 것"이라며 예외적으로 심한 정도의 충동조절장애는 심신장애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홧김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 정신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법원은 A씨에게 존속살해죄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20년을 선고했다.

◇ 판례 팁 = 위 대법원 판례의 하급심인 1심과 2심에서도 "A씨의 범행은 지극히 패륜적이고 일반 살인사건과 비교해도 살해방법이 너무 잔혹하다"면서 "심지어 A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의 지문을 제거하고 강도가 든 것처럼 위장했다"는 점을 들어 "A씨의 죄책은 무겁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A씨의 형량을 징역 20년으로 낮게 선고한 데 대해 법원은 "A씨는 아버지와 장애인인 어머니의 불화로 스트레스를 많이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점을 참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