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전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사진=이기범 기자.

김형준 전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와 스폰서 관계를 유지하며 사건 처리에 도움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6)가 '김 전 부장검사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것은 대가를 바란 뇌물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의 심리로 28일 열린 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김씨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난 17년간 저는 새벽에도 언제든 형준이가 술값을 결제해 달라고 연락하면 달려 나갔고 (형준이와 내연관계에 있던) 그 나이어린 여자한테도 용돈을 챙겨줬다"며 "그 이유가 뭐였겠냐. 제가 사건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 적도 있고, 그동안 제게 신세진 형준이가 앞으로 제 형사사건에서 외면 안 할거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형준이가 '사업하다 잘못된 경제적 사건에 대해서는 (처벌을) 최소화시켜주겠다'고 했다"며 '이제는 내가 힘이 있으니 네가 문제 생기면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사기죄로 수사를 받던 중 담당 검사에게 형준이가 전화해 편의를 부탁해준 것을 들었다"며 "당시 주임검사는 형준이보다 한 기수 위 선배였는데 당시 제게 '김형준이 네 친구냐'고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부장검사가 수감 중이던 김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범정보고문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서는 "형준이가 '나중에 너를 대검에 부른 게 문제가 될 수 있어 요식행위로 작성하는 것이니 아무거나 써내라'고 했다"며 "인천지검 특수부에서 조사를 마친 사건에 대해 허위로 작성하거나 부풀려 적어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저는 그 문서와 관련해 작성 이후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며 "정식보고도 아닌 듯 하고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이던 당시 형준이 업무와도 무관한데다 저를 9번이나 사무실로 불러서 그 정도의 첩보를 만들었다는 것은 저 같은 전과자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선 1회 공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 측이 "김씨에게서 받은 돈은 빌린 돈이었고, 김씨 측에서도 사건과 관련해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는 등 대가성이 없었다"며 "김씨를 사무실로 부른 것도 조사와 보고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이날 김 전 부장검사는 법정에서 김씨의 증언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중간 중간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김씨의 증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기도 했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 강남의 고급 술집에서 고교 동창 김씨로부터 29회에 걸쳐 24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김씨에게서 "지인이 가석방되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 등을 받고 3400만원의 금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씨로부터 받은 돈 일부를 오피스텔 보증금과 생활비로 쓰라며 내연녀에게 건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관련 정보가 들어있는 휴대폰을 없애고 압수수색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