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청와대 방향 행진을 일부 허용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30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에 대한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서울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은 이날 오후 8시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출발해 정부서울청사, 경복궁역 교차로를 거쳐 청운동 주민센터까지만 행진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그 시간과 장소,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며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옥외 집회에 관한 사전신고제 취지 등을 고려하면 개인·단체가 계획한 집회가 전면 제한될 경우 참가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신청한 내용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시민들의 통행권과 국가중요시설 방호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는 이날 오후 1시50부터 밤 8시까지 2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와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행진로에 포함된 청와대 분수대가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미터 이내 지역에 해당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금지 장소에 해당한다"며 금지통고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주최 측은 법원에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서울광장에서 세종로 로터리, 정부서울청사를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는 것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전교조는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고, 그동안 유사한 목적과 방식·규모를 가진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돼 온 점 등에 비춰볼 때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집시법은 교통 소통을 위한 집회의 제한을 허용하되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형태의 시위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전교조가 신고한 집회는 1000명의 인원이 80명의 질서유지인을 배치한 상태에서 1시간 반 동안 진행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