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상대방 자녀에게 서로가 보유한 주식을 증여한 것에 대해 본인 자녀에게 직접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과세한 당국의 조치가 적법하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이봉서 한국능률협회장과 그 A씨로부터 주식을 교차증여받은 자녀와 손주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 남매는 본인들이 보유한 주식을 자녀와 손주들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보유주식의 일부만 본인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고 나머지는 상대방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유주식 전부를 직접 본인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가액이 높아져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상증세법상 증여재산의 가액이 1억원 이하일 때 세율은 10%에 불과하지만 5억원 이상일 때는 30%, 30억원 이상일 때는 50%에 달한다.

원고들은 각자의 부모·조부로부터 직접 증여받은 부분이 아닌 증여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게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교차증여는 가장행위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법률관계는 직계존속이 자신의 주식을 직계비속에게 증여한 것"이라며 "원고들이 각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주식을 직접 증여받은 것으로 파악해 재구성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같은 결과가 일반화될 경우 누구나 다자간 순환증여나 상호 교차증여를 통해 증여액을 분산시킴으로써 상증세법이 정하는 누진과세를 회피할 수 있게 된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도 "증여자들은 교차증여를 통해 자신의 직계후손에게 단암산업 주식을 직접 증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으면서도 합산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 등의 적용을 회피하고자 했다"며 과세당국의 증여세 과세가 적법하다고 재차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