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법재판관들 모습/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유가 담긴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플라톤의 '국가'와 성경 구절이 언급됐다. 우리나라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헌재는 89페이지에 달하는 결정문 말미 일부 재판관들의 보충 의견을 실었다. 안창호 재판관은 여기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정한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안 재판관은 플라톤의 '국가' 중 "통치하는 것이 쟁취의 대상이 되면 이는 동족간 내란으로 비화해 당사자는 물론 시민마저 파멸시킨다"는 대목을 인용했다. 그는 더 나아가 권력공유형 분권제로의 개편을 주장하며 "이러한 플라톤의 경고는 우리가 권력구조의 개혁을 논의하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안 재판관은 두 차례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정치 지도자의 덕목으로 '정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하기 위한 차원이다. 안 재판관은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 결정은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갈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이사야 32장 16-17절에 빗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 행사는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제고해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구절엔 "정의가 광야에 거하며 공의가 아름다운 밭에 거하리니 공의의 열매는 화평이요 공의의 결과는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라"고 돼있다.

또 안 재판관은 아모스 5장 24절(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을 인용해 "불법과 불의한 것을 버리고 바르고 정의로운 것을 실천하라는 뜻"이라며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천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고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