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인용 선고가 내려진지 이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으로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으로 헌재가 재판관 7인 체제에 들어갔다. 재판관 7명은 헌재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족수다. 헌재로선 이선애 헌법재판관 내정자의 임명이 신속히 진행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한철 전 헌재소장과 이 전 권한대행의 퇴임으로 헌법재판관 2명이 공석이 된 것을 두고 '신속히 해결해야 할 위험상황'이라는 우려가 법조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따라 사건 심리는 가능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7인 체제에서 재판관 1명이라도 재판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사건 심리가 불가능해진다. 재판관들은 사건 처리 외에도 해외출장 등 업무를 수행하느라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체력을 소모한 만큼 건강상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법조인은 "7인 체제는 헌법재판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7인 재판관 전원이 빠짐없이 나온다고 해도 사건 처리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현재 800건 넘는 사건이 헌재에 접수돼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간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느라 다른 사건에 손도 대지 못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큰 산'을 넘고도 계속 강행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는 국민이 재판 지연으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열심히 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논란이 있거나 심도있는 심리가 필요한 사건 처리는 일단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로선 재판관 1명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는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이 내정자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보냈고,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청문을 마쳐야 한다. 일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 내정자의 청문회 날짜를 오는 24일로 잡아둔 상태다.

이 내정자가 재판관으로 부임하려면 최종적으로 대통령 임명을 거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임명권자가 비어있는 상태지만, 법조계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해도 법률상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인은 "이 내정자에 대해선 대선과 관계없이 빨리 절차를 거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이 내정자가 부동산 투기에 손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박 전 소장의 후임부터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소장의 후임 지명권은 대통령의 몫인 만큼, 황 권한대행이 인선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않다는 취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소장의 후임이 청문회와 검증 절차를 마치고 임명되기까지는 세 달, 많게는 네 달 정도 걸릴 것"이라며 "이 내정자 임명 후에도 몇 달 간 재판관 한 자리가 공석이 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