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왼쪽부터)와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사진=뉴스1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조카 장시호씨(38·구속기소)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는 1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자신과 장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기소)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평소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지만 이날은 검정색 코트 차림이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신문에 임했다.

최씨는 이날 "장씨와 김 전 차관 등이 모두 최씨가 영재센터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검사의 질문에 "주도한 적이 없고 도움을 준 적이 있다고 여러번 얘기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것을 내가 다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는데 뜻이 좋다고 해서 설립을 도운 것이지 운영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0일 재판에서 나온 장씨의 증언과 배치된다. 장씨는 당시 "최씨가 2014년 12월 쯤 딸 정유라씨(21) 임신 사실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말하면서 특정한 요구를 했고, 박 전 대통령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굉장히 화를 내면서 '이제부터 나도 뭔가 만들어 이익을 추구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 일이 있은 뒤 영재센터 관련 사업이 추진됐고, 자신은 최씨의 지시대로 일을 진행한 것이라는 취지다.

최씨는 이어 검찰 측이 "영재센터가 삼성으로부터 5억5000만 원의 1차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을 받자 "잘 모른다"며 "나의 형사재판과 관련이 있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검사가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김 전 차관이 '삼성이 후원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검찰에서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고 김 전 차관도 자꾸 그러는데 증언을 거부한다"며 재차 불쾌함을 표현했다.

최씨는 이후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과 관련된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증언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독일에서 돌아온 이후 가진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준비된 것이 없고, 상황을 아는 것도 없다"며 "섣불리 잘못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자신의 뇌물죄와 연관이 있어 증언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면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에서 증인은 증언으로 인해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최씨와 장씨, 김 전 차관은 함께 삼성그룹과 문체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 각각 16억2800만원과 2억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급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영재센터에 건네진 후원금을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넨 뇌물로 보고 추가로 기소해 현재 별도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