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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청사 |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수용하던 국가기관의 강제 단종수술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지급할 국가의 배상액을 증액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한센병 환자로서 국립소록도병원 등 국가기관에 격리돼 있던 중 강제 단종시술을 받은 207명의 원고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2000만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을 파기하고 30일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정부는 1954년 '전염병예방법'을 제정하면서 '비교적 전염력이 낮은 제3종 전염병'으로 한센병을 분류했음에도 여타 3종 전염병인 결핵·성병 등과 달리 한센병에 대해서는 강제격리 정책을 유지해왔다.
이 기간 중 정부는 격리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이 남녀동거를 희망하는 경우 정관절제수술을 조건으로 허용했다. 여성환자가 임신했을 경우에도 낙태를 하지 않으면 수용기관에서 퇴소하도록 압박, 사회복귀에 두려움을 느끼는 다수 환자들이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3심까지 진행된 이번 소송에서 정부는 줄곧 "소멸시효가 완성돼 배상책임이 없다"고 항변해왔지만 법원은 정부의 주장을 배척,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문제가 된 것은 배상액이 얼마로 책정돼야 할 것인지 여부였다.
1심에서는 정관절제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각 3000만원씩,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각 4000만원씩을 배상토록 정부에 명령했다. 2심에서도 재판부는 국가가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봤지만 배상액을 일률적으로 1인당 2000만원씩으로 감액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정부가 한센인에 대해 실시한 산아제한 정책, 정관절제수술, 임신중절수술은 법률의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법익의 균형성도 없다"며 "한센병 환자의 인격권, 평등권, 자기결정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됐다"고 지적했다.
또 "설령 한센인이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을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받아들였대도 이를 한센인의 진정한 동의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법원이 배상액을 인당 2000만원으로 감액한 데 대해서는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한 여성의 입장에서 임신중절수술은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성과 침해의 정도가 무겁고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데다 강제로 모성을 상실당하는 여성의 고통이 매우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원심법원이 이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2월15일에 이번과 별도로 진행된 단종시술 피해 한센병 환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 피해자에 대한 배상액이 각 3000만원, 4000만원으로 인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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