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왼쪽 세번째) 목사와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항소심 선고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성 소수자에게 축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받은 목사가 징계를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성지용 윤권원 송영복)는 24일 이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상대로 낸 총회 재판 위원회 판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1심 각하 판결에 대한 이 목사 측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목사의 정직 기간이 이미 끝나 소송 실익이 없다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정직 판결만으로도 감리사 등 자격 제한이 인정되고 생활비 지급 등 불이익이 있어 정직 기간이 지났더라도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했다. '교회 총회의 판결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는 감리회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직의 근거가 된 규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 목사의 주장에 대해 "교리의 입장을 설정하는 것이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소수자 축복이 인격권·행복추구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므로 동성애 찬성·동조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성애에 동조한다는 명시적 표현이 없어도 모든 사회적 구성원에게 성적 지향을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징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이 목사의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뜻한다.

1심 재판부는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이어 이 사건에서의 정직 판결의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처분을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하진 않다고 봤다. 또 이 목사에 대한 정직 기간이 이미 끝나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도 봤다. 다만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를 방지하고 의식 예배를 통해 이를 외부에 표현하고자 하는 원고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교리와 무관하게 제한한 것"이라며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원고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 소수자를 축복하는 의식을 했다가 일부 목회자들에게 동성애 옹호 행위로 고발됐다.

2020년 10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에게 정직 2년 처분했다. 정직 2년은 재판부가 부과할 수 있는 최대 정직 기간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목사는 출교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목사는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출교 판결의 효력은 잠정적으로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