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사진=뉴스1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자신에 대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진술을 두고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사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49)과 전직 삼성그룹 수뇌부들의 뇌물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던 중 이같이 답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차관의 진술을 앞세워 박 전 사장의 혐의를 추궁했다. 특검은 먼저 "2015년 1월 초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소개로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과 박 전 사장을 만났다"는 김 전 차관의 진술을 제시했다. 박 전 사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차관의 진술은 시간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사장은 김 전 차관이 자신과 만난 날짜를 1월8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전 사장은 "김 전 차관의 이야기는 2015년 1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정유라 같이 유망한 선수를 왜 치어 업(지원) 안 해주느냐'라는 말을 듣고 난 뒤에 (삼성이) 액션에 나섰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김 전 차관이 지난번 이 법정에서 (삼성 측과 만난) 날짜를 1월8일로 바꿨는데 시기상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박 전 사장은 "제가 특검 마지막 조사 때 김 전 차관과 대질했는데 저를 만난 날짜를 전혀 특정하지 못하더라"라며 "조작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검은 이어 2015년 3월16일 박 전 사장과의 식사 자리에 대한 김 전 차관의 진술을 제시했다. "당시 박 전 사장이 승마협회 운영을 이야기하면서 '예산을 많이 투입하겠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좋은 말을 타야 하니 삼성이 적극 추진하겠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박 전 사장은 "그때 나눈 대화는 '제가 체육 관련은 처음인데 파벌 현상이 심하고 어렵다. 잘 될지 모르겠다'였다"며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라고 하고 끝난 자리"라고 말했다. 특검 측에서 "올림픽 준비나 말 구입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박 전 사장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라고 했다.

박 전 사장은 김 전 차관이 2015년 6월24일 만남에 대해서도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이 자리에서 박 전 사장으로부터 "삼성은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언제라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는데 정유라가 출산을 해서 지원을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대질신문할 때 이것도 물어봤다. 검사가 모임 참석자를 물어보니 김 전 차관이 임 사장을 이야기하는데, 임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라며 "그날 약속을 잡은 것도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인데 김 전 차관은 임 사장이라고 한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김 전 차관의 진술은 진실성의 기본 요소가 결여됐다"며 "저도 모르는 정유라의 이름을 문체부 차관에게 덜컥 이야기했다는 것은 세상 이치에 맞는지 제가 묻고 싶은 이야기"라고 했다.

박 전 사장은 자신으로부터 "정유라가 임신했다는데 맞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의 진술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 전 사장은 같은 자리에서 함께 만났다고 진술하고 있는 박 전 전무와 김종찬 전 전무 두 사람이 만남 장소는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전 사장은 "김 전 전무는 스테이크 식당이라고 하고, 박 전 전무는 여러 번 질문을 받으니 당황하다 고깃집이라고 했다"며 "제가 (승마협회) 회장 취임 전 김 전 전무를 회사 근처 스테이크 식당에 데려간 적이 있다. 박 전 전무는 2015년 12월 귀국한 이후 회사 앞 고깃집을 데려간 적이 있는데 그런 기억을 주워모은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