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잘 맞지 않는 경찰 단화를 오래 신고 근무를 하면서 발에 병이 났다면 공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6단독 심홍걸 판사는 3일 경찰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993년부터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A씨는 2016년 '양측 족부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았다. 평소 지급받은 경찰 단화가 불편해 잦은 부상을 당했던 A씨는 무지외반증에 걸린 것은 경찰 단화때문이라며 공무상 요양 신청을 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무지외반증에 걸린 것과 신발 사이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고, 수많은 경찰 공무원들이 동일한 근무조건에서 공통적으로 지급된 단화를 착용하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같은 요양승인 신청을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병원진단 결과와 경찰 단화가 불편하다는 다른 경찰들의 진술이 담긴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공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실제 경찰 단화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경찰 측은 2014년 중반부터 쿠션신발을 지급해왔다.

앞서 A씨의 증상을 진찰한 병원 측은 "평소 신발 끝 부분이 잘 맞지 않아 통증을 호소했고, 장시간 서 있거나 걷는 형태의 근무를 지속했던 점 등을 볼 때 업무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발이 무지외반증을 유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악화시켰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20여년동안 하루 8시간 이상 도보순찰 공무를 수행해 온 점 △경찰 단화로 인한 다른 경찰들의 부상이 없다고 A씨 발에도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다른 경찰 공무원들도 경찰 단화가 발에 무리를 준다는 의견을 낸 점 △경찰 단화 자체만으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어도 장기간 도보 순찰이 발에 무리를 주고 병을 악화시켰을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